'외딴영토' 칼라닌그라드 독일복귀 움직임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53분


‘육지로 둘러싸인 섬.’

발트해(海) 연안의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의 운명이 러시아와 유럽 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 본토와의 사이에 있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의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으로 칼리닌그라드의 고립상황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커진데다 주민들 사이에서 독일로 복귀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기 때문.

원래 독일 영토였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에 합병된 이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최근 옛 독일식 명칭인 쾨니히스베르크로 개명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지방의회에 개명을 위한 입법청원을 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을 그동안 금기시됐던 독일로의 반환운동의 시발점으로 보고 강력히 차단하고 나섰다.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의 상황이 재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내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어서 러시아로부터 이탈하려는 주민들의 욕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17일 블라디미르 예고로프 칼리닌그라드 주지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곳에서 15만명이나 되는 소련군 병사들이 희생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일부 주민들의 움직임을 ‘미친 짓’이라고 몰아붙이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시아 상원의장도 즉각 이곳을 방문해 여론 수습 작업을 벌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본토와의 자유왕래 보장을 EU에 강력히 요구했다. 칼리닌그라드는 91년 리투아니아가 독립하면서 본토로부터 단절됐다. 러시아에서 칼리닌그라드로 가기 위해서는 리투아니아나 폴란드를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 두 나라가 EU에 가입하게 되면 역외 동유럽국가에 엄격한 비자를 요구하는 솅겐조약의 적용을 받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냉전시절에도 구 동독 영토 내에 ‘떠 있었던’ 서베를린으로 기차와 자동차 통행을 허용했었다”며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러시아 국민에게 정식 비자가 아닌 통과 비자를 발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EU측은 비자를 신속히 발급해주고 수수료를 깎아 주는 정도 이상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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