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강경입장 고수 정부 대책은]폭행당한 ‘한국外交’

  • 입력 2002년 6월 14일 18시 46분



한국 정부는 중국 보안 및 공안요원들의 주중 한국총영사관 침입 및 외교관 폭행이라는 전례 없는 사건을 두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14일 리빈(李濱) 주한중국대사를 외교통상부로 불러 공식 항의하는 한편 엄중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이날 한국 측의 ‘사과와 관련자 문책’ 요구에 대해 ‘정당한 공무집행 방해’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중국이 한국 외교관을 폭행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원모씨(56)를 강제 연행한 데는 그만큼 자신들의 사정이 절박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탈북자들의 외국 공관 진입을 계속 묵인했다가는 향후 감당 못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탈북자들의 예외 없는 한국행을 묵인했던 기존방침을 철회하고 “앞으로 중국 경찰에 인도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중국이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해결할 것은 해결해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미국 하원이 최근 탈북자에 대한 관대한 처리를 중국에 강요한 것도 중국을 불쾌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미국까지 나서서 탈북자 문제를 공론화하도록 방치해서는 중국이 탈북자들의 한국행 경유지로 공인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의 해법은 아주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한국대사관 측 관계자도 “중국 측이 단기간에 물러설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측이 원씨를 끌고 간 것은 선양(瀋陽) 일본총영사관에서 장길수군 친척들을 연행했을 때처럼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원씨를 상대로 그가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도운 사람들의 명단과 관련 정보를 들은 후 그를 풀어줄 것이라는 것이다.

만약 원씨를 북한으로 돌려보낸다면 사태는 더 복잡하게 되는데 중국이 이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사에 며칠은 걸리기 때문에 원씨가 풀려나온다고 해도 빨라야 다음주나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더 높아졌고 중국 측도 ‘추방 형식을 빌린 제3국행’ 이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만큼 입장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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