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평화案과 차이는…아랍도 협상 당사자 첫포함

  • 입력 2002년 2월 27일 18시 00분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왕세제가 내놓은 중동평화안의 두드러진 특징은 단순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곳에서 철수하면 아랍 전체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다’라는 한 문장짜리 평화안이다.

새 평화안이 기존의 다른 평화안과 달리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협상 당사자에게 처음으로 아랍권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랍권의 ‘막후 실세’ 사우디아라비아가 협상 과정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언론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양보가 쉽지 않고 아랍권 전체가 중동평화협상의 틀에 편입된다는 점에서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기존 평화안과의 차이〓1993년의 오슬로 평화협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수십년 간에 걸친 적대관계를 끝내고 함께 살자는 기념비적인 합의안. 하지만 양측은 6년 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동예루살렘 지위 △난민 귀환 △정착촌 처리 등 핵심 사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열린 캠프데이비드 협상에서도 동예루살렘과 난민귀환 문제 때문에 합의하지 못했다. 미첼 평화안은 이런 핵심사안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우선 휴전하자는 데 주안점이 있다.

사우디 관리들은 새 평화안이 걸림돌이 돼 온 동예루살렘 문제에 관련해 기존 평화안보다 유연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즉 통곡의 벽과 유대인 거주구역에 대한 관할권을 이스라엘로 넘길 수 있다는 신축적 입장이라는 것.

중동전문가 스테판 코언도 “그동안 영토만을 요구하던 아랍권이 이스라엘의 평화를 보장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평화안”이라고 평가했다.

▽전망〓다음달 27일 레바논에서 열리는 아랍정상회의에서 사우디 평화안의 보다 구체적 내용이 나올 것이고, 새 평화안을 성사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신들은 새 평화안이 이스라엘에 많은 양보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돌파구 마련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안대로라면 이스라엘은 점령지(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골란고원) 내 123개 유대인 정착촌에서 철수해야 하는데 20만명의 정착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게 분명하다. 때문에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을 주장하는 노동당도 완전 철수에는 반대하고 있다.

사우디案-기존 중동평화案 차이
오슬로 평화협정(1993)미첼 평화협상안(2000)사우디아라비아 안(2002)
·이스라엘 점령지 단계적 철수
·점령지역서 팔레스타인 자치
·국경 난민 예루살렘 귀속 등 최종지위 협상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예정대로라면 2000년 5월)
·우선 폭력종식
-이스라엘,정착촌 건설중단
-팔, 테러범 체포
·휴전 선언
·냉각기간
·협상 재개
·이스라엘, 제3차 중동전 점령지서 완전 철수
·아랍권, 이스라엘과 수교 등 관계 정상화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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