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동맹국 없이도 美공격 개시”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26분


두 달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사실상 매듭지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가장 큰 숙제는 향후 대(對) 테러전쟁의 명분과 동기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어떻게 연장할지,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어떻게 이라크로 확대할 수 있을지를 놓고 격심한 내부 진통을 겪어온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비롯한 강경파는 차제에 중동에서 미국의 최대 눈엣가시인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라크가 9·11테러와 관련이 없어 국내외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한 행정부의 온건파들을 설득할 논리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

▽이라크 침공 정당성 확보〓지난달 28일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이 같은 논리적 공백을 보다 상위의, 그러나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개념으로 돌파해냈다. 북한 이란과 함께 이라크를 ‘악의 축’의 하나로 규정함으로써 이라크 후세인 정권 전복의 당위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

‘악한 정권’을 무너뜨려 후환을 없애자는 강력한 주장에 행정부 내 온건파가 북한 이란을 따로 떼어내는 조건으로 동의했고 미 여론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 13일자 미 언론을 보면 이라크 공격의 당위성을 지지하는 발언과 기고문으로 넘쳐났다.

이라크 공격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의 반발이 여전하지만 이를 크게 감안하지 않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 “가능하면 동맹국의 도움을 구하겠지만, 필요하면 동맹국 없이도 작전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향후 군사작전 전개방향〓논의의 초점은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는 방법의 문제로 좁혀졌다. 이미 공격계획을 수립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전쟁 계획은 외교적 군사적 재정적 가용 수단을 총가동하면서 점차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이후 이라크의 반군세력인 이라크 국민회의(INC)에 대한 재정지원을 개시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군사훈련을 제공하지는 않고 있어 아프간 북부동맹을 동원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던 ‘아프간 모델’을 적용하는 단계는 아니다.

만약 군사작전이 결정되면 이라크 침공을 담당할 미 중부 사령부의 토미 프랭크스 사령관은 12일 쿠웨이트를 공식 방문했다. 군사작전에 대한 사전 협의의 성격이 강하다.

딕 체니 부통령은 다음달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터키 등 이라크를 둘러싼 동맹국들을 순방한 뒤 다시 이달 안에 영국 이집트 이스라엘 오만 등을 방문해 동맹국들의 지원여부를 타진하게 된다.

그래도 외교적 명분 축적이 필요하다. 이라크가 98년에 추방했던 무기사찰단에 대해 무제한 접근을 허용하라는 것이 일차적 명분이 될 공산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앞으로 5월까지 ‘사찰 위기’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5월 전쟁설이 흘러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 시점에서 군사행동에 들어가기에는 명분으로나 군사준비의 양 측면에서 무리라고 외신은 분석하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