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세계경제포럼 폐막]“세계 빈곤퇴치 선진국 나서야”

  • 입력 2002년 2월 5일 18시 09분


세계경제포럼(WEF)의 제32차 연례회의인 뉴욕 총회가 4일 폐막됐다.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 뉴욕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차원에서 스위스의 스키휴양지 다보스를 처음으로 떠나 뉴욕에서 열린 이번 총회는 반(反)세계화운동 단체들의 산발적인 시위에도 불구하고 큰 불상사 없이 닷새간의 회의 일정을 마쳤다.

이번 회의에서 세계 각국의 정재계 지도자 3000여명은 “세계화가 아직도 빈곤국가에 대해 실행가능한 대안”이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이전 회의와는 달리 미국의 독주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무분별한 세계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뤄졌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독주 비판 및 경제 전망〓이번 총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유럽지역 참석자 등이 세계정치와 관련해 미국을 성토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관련해 그동안 테러를 당한 미국을 자극하는 것을 자제해 왔던 유럽국가들을 포함, 미국의 우방 지도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를 계기로 지나치게 독주,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세계경제, 미국경제 전망과 관련 참석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올해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마이클 레트거스 EMC 회장 등은 올해 경기의 회복전망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들은 참석 기업인들에게 올해 경기회복을 전제로 사업계획을 짜는 것은 위험부담이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화의 성찰〓많은 참석자들이 빈곤퇴치, 에이즈 예방 등 세계적인 현안의 해결을 위해 선진국들이 보다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버드대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미국이 세계 도처에서 수백만명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IMF와 세계은행이 금융지원을 조건으로 빈국에 부과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실패했으며 이 실패의 책임 중 상당부분은 이들 기관의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측에 있다고 지적했다.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는 미국이 농업 및 섬유부문에서 관세 및 보조금 지급 등의 형태로 보호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빈국들의 세계경제 편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폐막연설에서 “세계화가 잘못됐다는 많은 비판론자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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