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악의 축' 발언 전세계가 우려

  • 입력 2002년 2월 3일 16시 32분


북한 등 3개국을 악의 축 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대해 국제사회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부시 발언의 배후 의미와 후속 조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다수 국가들은 새 전쟁 가능성과 미국의 독단적인 군사행동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 비판 확산=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대량살상 무기의 확산이 세계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3개국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쿵취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악의 축'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데 반대한다"면서 "이같은 발언은 세계 평화와 안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직접적인 비난을 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부시 행정부 출범이래 처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과 함께 대테러전쟁의 연합전선을 펼친 유럽에서도 부시 연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방문을 앞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테러전의 상대는 아프가니스탄이며 테러전의 향후 목표를 찾는 것은 이론 에 불과하다"고 말했으며 위베르 베르딘 프랑스 외무장관도 "테러와 벌이는 투쟁은 군사적 방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과 가장 긴밀한 대테러 동맹전선을 구축한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미행정부의 테러척결 의지를 지지한다"고 전제한뒤 "그러나 유럽은 미국과 상반된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 부시 발언에 대해 간접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이 테러전을 확대할 경우 가장 먼저 목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 지역의 비난도 거세다.

'악의 축'으로 거명된 이라크 이란은 물론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레바논 등의 지도자들은 "미국은 화해의 여지를 남겨 놓지 않았다"면서 "부시 연설은 전세계를 향해 이슬람에 대한 적개심을 공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여론, 위협 아닌 경고 로 해석= 대다수 미국인들은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발언을 통해 이들 3개국을 위협 했다기보다는 경고 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부시의 발언이 경고에 불과하다고 대답한 반면 미국이 이들 국가를 공격하겠다는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는 의견은 19%에 불과했다.

워싱턴포스트도 1일 "부시 대통령이 연설에서 '악' 이라는 단어를 10번 이상 언급할 정도로 강경한 테러척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임박한 군사행동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2일 "부시 대통령은 세계질서를 '자국의 입맛'에 맞도록 변화시키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뒤 "미행정부는 부시 발언이후 외교·경제·정치적 타협을 강조하며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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