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첨단무기 게릴라에 통할까…산세 험하고 동굴 많아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49분


‘2단계 전쟁’에 돌입한 미국은 구 소련의 전철을 되풀이할까?

지난달 7일 공습 개시이래 이달 15일 미국과 영국의 지상전 전투병력 160명이 카불에 도착하기까지 아프간 전쟁에서의 미국 전략은 일단 주효한 것처럼 보인다. 탈레반 정권은 공습 40일만에 국토의 90% 이상을 잃고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또 공식적으로 미군은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는 등 한껏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일견 화려해 보이는 이 같은 전과는 그러나 79년 아프간을 침공한 구 소련의 예와 비교해보면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이 드러난다.

지상군을 투입한 소련군은 침공 이틀만에 수도 카불을 장악함으로써 아프간 전쟁은 쉽게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개월도 안돼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무자헤딘 반군이 형성돼 게릴라전에 들어갔고, 소련군은 10여만명을 투입했지만 5만여명이 사망 또는 부상하는 피해를 보고 10년만인 89년 2월 퇴각했다.

러시아는 물론 미군 고위관리들도 탈레반이 도시에서 퇴각한 것이 탈레반군의 붕괴가 아니라 ‘게릴라전의 전주곡’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첨단 무기를 앞세운 공중전과 지상전에서는 승리했지만 동굴과 험한 산세 등 아프간의 천연지리를 활용한 게릴라전에서는 미군의 첨단무기도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구 소련과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먼저 장기적인 게릴라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국토의 80%를 장악한 무자헤딘 전사들이 도시를 점령한 소련군에 대항했던 데 비해 지금 탈레반은 이미 국토의 90% 이상을 잃어 식량, 피복 등을 지원 받을 기반을 잃었다는 것.

또 과거 무자헤딘은 파키스탄과 이란, 미국 등으로부터 무기와 탄약을 끊임없이 제공받은 데 반해 탈레반은 현재 주변 6개국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미군의 화력은 과거 소련군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탱크와 미사일 등 단순 폭격 일변도의 소련군과는 달리 미군은 동굴에 숨은 게릴라들을 찾아낼 수 있는 열감지 센서 등 게릴라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장비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군이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게릴라 소탕전은 난관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미군의 사상자가 속출하기라도 하면 미국 내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도 알 수 없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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