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주역 美외교안보팀 테러전쟁 맡아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9분


91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미국 외교안보팀 주역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번에는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한 ‘사막의 폭풍’ 작전을 숙의했지만 이번에는 테러리즘을 발본색원하기 위한 ‘고상한 독수리’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11일 비행기 납치범들이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테러공격한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별장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했을 때 그의 오른쪽에는 딕 체니 부통령, 왼쪽에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앉아 있었다.

바로 11년 전 아버지 부시 전대통령은 같은 테이블에서 역시 오른쪽 자리에 앉은 체니 국방장관과 왼쪽의 파월 합참의장과 함께 걸프전 대책을 숙의했었다.

뿐만 아니다. 걸프전 당시 국방차관이던 폴 월포위츠와 국가안보 보좌관이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는 각각 국방부 부장관과 외교정보자문위원장으로서 전략을 짜내고 있고 국가안보회의(NSC)위원이던 콘돌리자 라이스는 국가안보 보좌관.

미국 외교안보팀

이름

걸프전 당시

현재

딕 체니

국방장관

부통령

콜린 파월

합참의장

국무장관

폴 월포위츠

국방부 차관

국방부

부장관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국가안보

보좌관

외교정보

자문위원장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위

위원

국가안보

보좌관

정치 분석가들은 대규모전쟁에서 이긴 경험을 가진 과거의 외교안보팀이 직책을 바꿔 위기를 수습해 가는 모습이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으며 중앙정보국(CIA)국장 주중국대사 부통령 등을 지낸 아버지에 비해 국제경험이 적은 부시 대통령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버지 부시는 최근 사태처리 과정에서 아들의 고문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체니 부통령은 참사당일 ‘납치된 비행기가 백악관을 목표로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부시 대통령에게 워싱턴으로 돌아오지 말 것과 비행기 격추를 지시할 것을 권유한 뒤 의회와 행정부의 요인을 긴급대피시키는 등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이번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부시 외교안보팀은 서두르지 않고 △군사행동 시작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방법을 숙의한다 △광범위한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 낸다 △승리를 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동원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걸프전 준비상황과 흡사한 전개.

이 때문에 테러참사 이후 아직 미군이 한 발의 총탄도 쏘지 않았는데도 부시 대통령의 업무수행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86%에 달하는 것으로 최근 갤럽 여론조사결과 나타났다. 다만 이번 전쟁의 공격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지정학적 여건이 불리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 당시와 다른 상황. 여기에다 일각에선 걸프전 당시 공격시점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체니 부통령과 파월 국무장관의 의견대립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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