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1단계 전면공습→2단계 지상군투입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42분


‘이번 기회에 테러 단체와 테러지원국을 뿌리뽑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다.’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벌어진 대규모 테러행위에 대한 미국의 무력 보복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포함해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잇따라 “미국은 보복전쟁을 통해 테러범 또는 테러단체뿐만 아니라 이들을 후원하는 국가를 끝까지 응징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공격이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테러단체인 알 카이다뿐만 아니라 빈 라덴을 보호해온 아프가니스탄 등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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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단순히 미사일 공격을 통해 빈 라덴의 테러기지를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폭격기 공습과 지상군 투입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전 태세 갖추는 미국〓부시 대통령은 13일 기자회견에서 ‘21세기의 첫 전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보복 공격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과 공동작전을 위한 결속을 다졌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사전 경고없이 테러집단을 군사적으로 응징할 수 있다”고 밝혀 공격 개시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공격이 일회성 보복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군사행동이 전방위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될 것임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를 위해 13일 20여만명에 이르는 해외주둔 미군에 최고 경계태세인 ‘델타’를 발령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인근 걸프해역에 항공모함 2대를 배치하는 등 전투태세를 갖춘 데 이어 본국에서는 후방지원을 위한 예비군 동원령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법률은 비상사태 발생시 최고 100만명의 예비군을 최고 24개월까지 현역으로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미국은 1991년 1월 걸프전쟁 발발 당시 26만여명의 예비군 및 국가방위군을 소집한 바 있다.

▽일단 시작되면 전면전〓미국은 최근 10여년 동안 전쟁발발시에 미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상군 투입을 가급적 자제하고 공군력과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의존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이번 테러 보복 전쟁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지상군 파병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미 천명한 상태다.

미국은 1단계로 인도양과 걸프해역에 배치한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이용, 크루즈미사일 공격과 공습으로 빈 라덴의 테러훈련기지와 은신처로 의심되는 북부 국경지대를 초토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2단계로는 파키스탄이나 타지키스탄 등을 통해 특수부대를 투입, 빈 라덴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대규모 공습에 저항해 빈 라덴을 내놓지 않을 경우 미국측은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 수도인 카불을 공격하고 탈레반 정권의 전복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

▽고개 드는 신중론〓궁극적으로 지상군 투입까지 검토하고 있는 미국의 대규모 무력 보복의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아프가니스탄과의 랑데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지난 수세기 동안 강대국의 전쟁터이자 무덤이었다”며 “비슷한 운명을 피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는 극도로 신중하고 정교하게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13일자 ‘앞으로 가야할 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테러단체를 후원하는) 정부에 책임을 묻는 일은 매우 공격적인 행동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지상전은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의 극단적인 움직임을 자극하는 등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지상전에 대한 회의론을 제시했다.

미국의 대규모 공격의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군사전문지 제인스 월드아미스의 찰스 헤이먼 편집장은 “내륙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 지상군을 투입하려면 파키스탄 해역에 있는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항공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 거리가 거의 1000㎞에 이른다”며 지상공격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크루즈미사일 공격도 목표물이 산악 지대를 옮겨다닐 경우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섣불리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옛 소련이 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별다른 소득없이 상처만 안고 후퇴했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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