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세계경제 '미국發 동시침체' 악몽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40분


세계경제는 결국 동시침체(global recession)에 빠지고 말 것인가?

미국에서 사상 최악의 초대형 테러라는 돌출악재로 인해 세계경제에 침체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양상을 보이던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경제에 테러로 인한 유가상승 소비위축 등의 악재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사건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유가상승으로 물가가 오르고 경기침체는 심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것. 테러 직후 급등하던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안정적 공급을 위해 증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아직 불안한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오승구 박사는 “테러의 배후가 누구냐에 따라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는 크게 올라 세계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둘째는 미국과 세계의 소비위축. 소비는 미국 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면서 그동안 경기침체를 막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이번 테러로 인해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가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정보기술(IT)산업도 미약하나마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미국 경제가 올 4·4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어지고 경기회복은 3∼6개월 늦어질 것”(런던 컨설팅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대니얼 케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셋째는 달러약세다. 최근 122엔까지 오르던 엔-달러 환율은 테러 후 118엔선까지 떨어졌으며 “115엔까지 하락할 것”(도쿄씨티은행의 후나스키 싱고 외환딜러)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달러 약세는 월가에 몰려들었던 달러화를 유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미국 주가를 떨어뜨리고 경제침체를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산업계가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선뜻 달러 약세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 소매영업본부, 알리안츠와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등 내로라 하는 금융기관들이 당분간 제 기능을 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다만 이번 테러는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계기가 돼 경기가 회복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기는 하다. “세계규모의 신용경색이 우려되는 만큼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 정부가 금리추가인하와 재정지출확대 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는 계기가 될 수 있다”(한 외국계 증권사 조사담당 임원)는 것.

그러나 테러는 경제적으로 볼 때 부정적 효과가 훨씬 커 세계경제의 동시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더 많다. 테러가 일어난 뒤 11, 12일 전세계 주가가 폭락했고 유가는 오른 반면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