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IMF특별심사 받는다… 전격수용 발표 안팎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31분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 문제가 세계경제의 골칫거리로 등장하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일본의 금융부문에 대한 특별심사를 하게 됐다. 미국을 방문중인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금융담당상은 5일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와 회담을 갖고 일본 은행의 부실채권 실태와 충당금 상황 등 금융시스템의 안정도를 분석하기 위한 IMF의 특별심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심사 시기와 내용, 방법 등은 실무협의를 통해 확정된다.

▼“세계경제 침체 원인” 판단▼

▽특별심사 배경〓미국과 유럽 등지의 경제전문가들은 세계 증시의 거듭된 폭락과 각국의 성장률 둔화 등 세계 경제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일본의 금융부실을 지목해왔다. 일본 금융청이 밝힌 부실채권 규모는 현재 31조8000억엔.

IMF가 지난달 일본에 대한 심사보고서에서 ‘일본 정부가 부실채권 규모를 민간기관 추정액보다 줄여서 발표했다’고 지적한 뒤 국제 여론은 일본에 대해 특별심사를 실시하라는 쪽으로 바뀌었다. 일본이 애초 특별심사를 거부하자 영국의 경제전문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도 “일본 정부가 무언가 숨기려 한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국제 기준으로 재무진단▼

▽특별심사란〓IMF 특별심사는 심사단이 특정국가 금융기관의 재무구조 건전성이나 국제기준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금융부문에 대한 ‘종합건강진단’이나 마찬가지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국가 통화 위기시 IMF의 금융관련 정보수집과 분석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성에 따라 일본 미국 등 선진 7개국(G7)이 중심이 돼 99년 5월 이 제도가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심사를 받은 나라는 캐나다 등 20개국. 최근 영국 독일이 수용방침을 밝혔으며 미국은 금융심사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사정이 더 급한 국가부터 실시하라는 태도다.

주요 조사 항목은 △금융정책의 투명성과 중앙은행의 독립성 유지 여부 △은행 증권 보험 등 감독 체계의 국제기준 준수 여부 △부실채권의 실태파악과 자산 산정 기준 평가 △금융기관의 경영상황과 건전성 평가 등이다.

▼“부실채권 처리 계기 삼자”▼

▽일본내 반응〓일본 시장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왜 일본만 경기악화의 주범으로 몰려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일본 정부가 빨리 의혹을 벗고 부실채권 처리에 적극 나서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겉으로 금융청의 인력 부족 등을 내세우며 IMF의 특별심사에 난색을 표해왔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렇지 않아도 부실채권 처리 지연으로 증시가 엉망인데 특별심사 결과 금융시스템의 갖가지 문제가 드러나면 경제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 일본은 부실채권 처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하는 수 없이 특별심사를 받아들이게 됐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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