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發 지구촌 ‘경제 공황’ 경고…파이낸설타임스 분석

  • 입력 2001년 9월 2일 18시 32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경제개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경우 과거와 달리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며 특히 아시아의 이웃나라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일본으로부터의 도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일본발(發) 경제위기 우려〓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본의 위기는 지난 10년간 조금씩 누적돼 오면서 전 세계에 큰 해를 끼치진 않았으나 최근 상황은 이와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이 강한 성장세를 보여 일본의 위기를 상쇄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세계 주요국들의 경기가 동반침체에 빠져 있는 게 큰 문제라는 것.

사설은 일본 은행들이 부실 채권을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도 이를 잘못 처리할 경우 은행 파산을 시작으로 경제 사회적 붕괴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설은 이어 “금융감독청(FSA)이 은행의 부실채권 처리에 당초 예상보다 두배의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인했고 증시는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위협할 정도로 하락했으며 실업률은 최고에 달했다”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금융문제 해결과 수요 자극 조치를 취하지 않고 경제개혁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려의 두가지 원인〓가장 큰 우려의 원인은 은행 시스템의 약화라고 사설은 지적했다.

FSA에 따르면 현재 부실채권은 31조8000억엔, 부실 가능성이 있는 위험채권까지 합치면 국내총생산의 4분의1 수준인 140조9000억엔으로 추정되며 2007년에야 부실채권의 절반이 해결된다는 것. 특히 국채발행과 공공지출을 줄이는 방식의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으로 기업부도가 늘어나면 은행이 기존 부실채권을 털어버리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스는 같은 날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 감독을 거부하는 일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FSA는 아시아 경제위기 후 99년부터 IMF가 해온 금융시스템 평가를 거부할 방침임을 지난달 31일 밝혔다”면서 “이 때문에 부실 채권 처리에 골몰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에 무언가를 숨기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두 번째로 우려되는 원인은 실물 경제의 침체가 수입을 위축시켜 전 세계, 특히 아시아의 이웃나라들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 즉 경제의 급속한 추락으로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이는 일본의 수입 감소로 직결돼 결국 아시아의 무역 상대국이나 경쟁국들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내부의 인식〓실업률이 5%대까지 높아지고 주가 폭락이 계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경제 위기 처방전을 놓고 내부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는) 구조개혁 과정에서 나오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경기회복보다는 구조개혁을 앞세우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채발행도 연 30조엔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내 비주류는 “국채발행한도에 얽매이지 말고 경기부양을 우선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해서라도 실업자대책과 공공사업 확대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 내 전문가들은 “정부의 선택에 따라 고이즈미 개혁의 성패와 향후 정권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종훈기자·도쿄〓심규선특파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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