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경제 '빈사위기'…이 봉쇄조치 영향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48분


이스라엘에 의한 봉쇄조치로 팔레스타인이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27일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 수십만명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며 전 세계에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무스타크 쿠레시 WFP 대표는 “주민 대부분이 돈이 없으며 설사 돈이 있다 하더라도 생활필수품이 동이나 살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WFP가 팔레스타인 주민 25만명에게 밀가루를 나눠주기 시작한 지 불과 하루만에 이같은 긴급 성명을 발표한 것은 팔레스타인의 경제난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짐작케 해준다.

팔레스타인의 경제상황이 악화된 것은 이스라엘이 지난해 9월 말 동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에 대한 보복으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54곳을 전면 봉쇄하면서부터.

이에 따라 일자리를 찾아 자치지역과 이스라엘을 오가던 주민들의 출입은 물론 물자의 이동마저 완전 차단됐다. 유엔측은 “이번 봉쇄조치는 1967년 제3차 중동전 이후 가장 가혹하고 철저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팔레스타인 경제는 거의 파산지경이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총인구 300만명 가운데하루 2달러(2500원)도 안되는 돈으로 연명하는 주민이 지난해 9월 65만명(21%)에서 지금은 100만명(32%)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이번 봉쇄 조치로 자치지역에서 이스라엘로 매일 출퇴근하던 15만명(팔레스타인 전체 노동력의 6분의 1)이 단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 때문에 실업률도 이전의 11%에서 40%로 급증했다.

5개월 간의 봉쇄조치로 팔레스타인이 입은 경제적 손실은 15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99년 7%에 육박하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엔 ―13%로 추락했다. 수출은 99년 8억달러에서 지난해엔 85%나 줄어들었다.

이 같은 경제난에 따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노도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반대하는 극렬 단체들이 속속 출현해 점차 과격 폭력화 양상을 띠고 있다.

중동 순방에 나섰던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6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대한 봉쇄가 안보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측에 대해 해제하도록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서다.

테르제 로에드 라르센 유엔 중동특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경제위기 때문에 거의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며 “이는 결국 혼란과 무정부사태를 초래해 중동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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