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세미나]"獨 문화정책으로 외국 호감 얻었다"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2차대전 후 똑같이 놀라운 경제적 발전을 이뤘으면서도 일본이 ‘경제 동물’이란 불명예를 면치 못했던 데 비해 독일은 ‘위대한 문화민족’이란 얘기를 듣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문화정책개발원(원장 이종석)과 주한독일문화원(원장 우베 슈멜터) 및 동아일보사가 공동주최한 ‘문화정책과 시민사회’에 관한 세미나(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독일측 참석자들은 그 답을 독일의 ‘세련된 해외 문화정책’에서 찾았다.

바르톨트 C 비테 독일 문화기관장협의회 의장은 ‘문화를 통해 세상의 친구 얻기’라는 발표를 통해 “강대국이 돼서도 다른 나라의 호감을 잃지 않으려면 자유와 신뢰에 입각한 문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2차대전에 패한 후 독일이 놀라운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활발한 해외 문화정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와 의회가 모든 것을 다루지 않고, 해외 문화정책의 실행을 그들이 세워 놓은 일반적 목표 범위 내에서 독일문화원 같은 독립적 중계기관에게 위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믿을 만한 해외문화정책은 정부의 마음에 드는 부분만이 아니라 자국의 현실 자체를 다른 국가에 보여 주고, 문화가 비판적 기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에 나섰던 비외른 엥홀름 전 독일 사민당 당수는 발표문 ‘시민 문화사회-유럽 정체성의 토대’를 통해 보다 근원적이고 글로벌한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

그는 “자주성과 독자적인 표현을 갖고자 하는 의지, 역사에 대한 자의식, 국가와 지방이 갖고 있는 문화의 특성은 압박에 대항하고 자유와 문화 정체성을 되찾을 힘을 국민에게 가져다 준다”며 “많은 국가가 그들이 오랫동안 열망했던 자유를 성취한 오늘, 경제적 발전을 위해 문화적 정체성을 잃어버린다면 정말로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판적 이성이 지배하며, 지적이며 미학적 표현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곳에 시민 문화사회가 번성한다”면서 “시민 문화 정치야말로 민주정치의 긴 과정에 있어 ‘최상의 마지막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베른트 카우프만 바이마르시 예술축제위원회 조직위원장, 한상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이문웅 서울대교수 등도 참석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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