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4强 징검다리 외교'역할 부상…정상회담계기

  • 입력 2000년 6월 18일 18시 51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반도와 주변 4강을 잇는 ‘메신저’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그를 통해 메시지를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전하고, 반대로 김국방위원장은 김대통령을 통해 미일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 자신이 바야흐로 얽히고 설키기 시작하는 동북아 외교의 ‘허브(중심축)’가 되고 있는 것.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대통령에게 맨 먼저 전해진 메시지는 “핵과 미사일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와 “북-일수교와 납북일본인 문제 등을 조속히 마무리지어 달라”는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총리의 메시지였다.

김대통령은 이를 김위원장에게 가감없이 전달했다. 1차로 미국과 일본의 당부사항을 구두(口頭)로 전하고 이를 요약한 3, 4쪽짜리 문서도 별도로 전달했다.

메시지를 받은 김위원장은 “잘 접수했다고 전해달라”면서 이번에는 자신이 클린턴대통령에게 보낼 메시지를 김대통령에게 주었다. 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한미군과 북한 핵 및 미사일문제와 관련,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으며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는 취지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

김대통령은 이 메시지를 황원탁(黃源卓)대통령외교안보수석을 통해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황수석은 “클린턴대통령이 (메시지를 받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대통령은 또 김위원장이 모리총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받아 왔다. 이 메시지도 금명간 일본을 방문할 황수석을 통해 모리총리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김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은 중국과 러시아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곧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자신과 김국방위원장의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김대통령의 이 같은 ‘메신저 외교’는 남북이 주변국가들과 잘 지내야만 한반도문제의 해결’이 수월해진다는 평소의 소신에 따른 것.

김대통령의 ‘메신저 외교’는 또한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여있는 약소국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약소국 외교’의 한 전형으로 비쳐지고 있다.

고려대 이호재(李昊宰·국제정치)교수는 ‘약소국 외교’의 행동률로 △어느 한 강국에 치우치지 말 것 △이념적으로 극우, 극좌를 피할 것 △이합집산의 자유를 확보해놓을 것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최영묵·부형권기자>y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