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서부대개발]中央亞 '경제권 核' 新疆 부상

  • 입력 2000년 6월 6일 20시 08분


우루무치 볜장(邊疆)시장. 오피스텔 형태의 길쭉한 건물에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최대의 국제도매시장이다. 아동화 수영복 내의 전자용품…. 마치 서울의 동대문 새벽시장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다.

신장 각지에서는 물론 중앙아시아 여러나라와 러시아에서 온 상인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시장 앞 광장에는 트럭이 줄지어 대기해 있다. 물건들은 우루무치발 제2유라시아 국제열차를 통해 국경을 넘어간다.

▼국제상인 등 분주…활기 넘쳐▼

과거 이 지역은 동서를 잇는 실크로드였다. 당시 창안(長安, 현재의 시안·西安)에서 시작된 실크로드는 허시저우랑(河西走廊)과 둔황(敦煌)을 거쳐 우루무치가 있는 신장을 통과했다.

이중 톈산(天山)산맥을 넘어 러시아와 이란으로 이어진 길은 톈산북로, 누란왕국와 톈산산맥 남쪽 사면을 따라 카슈가르로 향하던 길은 톈산남로라 불렸다. 톈산남로는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연결되는 길이었다. 신장은 당시 서역(西域)의 일부이기도 했다.

신장 전체 면적은 160만㎢. 중국 전체의 6분의 1을 차지하며 한반도 7배의 크기다. 국경선 길이만 장장 5700km.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 등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전략적 요충 신장지역을 개발해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으로 나아가는 교두보를 이루겠다는 것이 서부대개발의 숨은 의도 중 하나다.

우루무치발 국제열차는 아라산에서 국경을 넘어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시베리아로 연결된다. 지난해 5월에는 우루무치와 카슈가르를 잇는 난장(南疆)철도도 개통됐다. 이를 통해 중국은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카슈미르로 접근하는 철로를 확보했다.

항로개발도 적극적이다. 우루무치는 7개 국제선이 출항하고 있는 국제공항이다.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를 잇는 노선과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우루무치 경유 투르키스탄 노선이 주를 이룬다.

우루무치 공항은 지금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중국은 이 공항을 중앙아시아 각국과 중동, 유럽을 잇는 새로운 항공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 공사는 서부개발 10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선정돼 있다.

우루무치에서 발간되는 신장일보는 최근 동부중앙아경제권 구상을 소개했다.

신장 북쪽에는 알타이산이 우뚝 솟아있다. 이 산을 경계로 중국과 카자흐스탄, 러시아, 몽골 4국이 접경하고 있다. 중국 경내에 있는 알타이산 남쪽 사면은 유색금속자원이 풍부하다. 알타이산 북쪽의 러시아에 속하는 서시베리아 남부지역은 중공업이 발달해 있다. 동쪽의 몽골과 서쪽의 카자흐스탄은 바야흐로 개발시기를 맞고 있다. 카자흐스탄 동부 접경지역은 특히 야금과 금속공업이 발전해있다. 이 지역들을 엮어 시너지효과를 일으키자는 게 이 구상의 요체다.

▼중앙亞-러-유럽 잇는 관문▼

동부중앙아시아경제권 구상은 우루무치와 아크토가이(카자흐스탄) 바르나울(러시아)을 잇는 ‘알타이 삼각주’ 구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들 지역 사이의 변경무역도 지난 몇년간 급증해왔다.

또 하나의 국제경제권은 남부 신장 카슈가르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위구르족이 집단 거주하고 있는 이곳은 접경 파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 등 이슬람국가들과 인도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신장은 개혁개방 이래 매년 10.4%의 경제성장을 보여왔다. 서부지역 10개 성시 중에서 가장 발전속도가 빠른 지역이다.

중국은 이같은 신장을 개발, 중앙아시아 대경제권의 중심기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신장과 접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보다 경제가 낙후해있다. 이들 국가들을 배후지로 해서 신장을 성장시키겠다는 뜻이다. 장쩌민(江澤民)주석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에 매년 참석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중국은 서부대개발 50년 장기계획으로 4대 대형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티베트와 칭하이(靑海)고원의 물을 황허(黃河)로 연결하는 대수로프로젝트와 칭하이-티베트-윈난(雲南)을 연결하는 철도건설 프로젝트, 타림분지의 천연가스를 동부 상하이일대로 끌어오는 천연가스관 프로젝트, 그리고 신장을 중앙아시아와 중동, 유럽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만든다는 ‘신실크로드 랜드브리지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앞의 세가지 프로젝트가 중국 안으로 향한 것인데 반해 마지막의 신실크로드 랜드브리지 프로젝트는 밖으로 향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간쑤(甘肅)성과 칭하이, 신장 세 성의 지하에 매장된 엄청난 석유와 천연가스를 개발, 이 일대를 종합석유화학공업지역으로 변모시키고, 이 과정에서 개발한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이 중앙아시아와 서방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年 10.4% 경이적 성장 이뤄▼

중국은 향후 50년이면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올들어서는 국가발전 3단계 전략 중 마지막 단계인 ‘현대화’를 시작한다며 서부대개발을 시작했다.

서부지역 각성, 그중에서도 신장이 개발열기에 달아오르고 있다. 우루무치시는 투자유치를 위해 9월 대규모 무역상담회를 개최한다. 한국 무역투자사절단(단장 권병현·權丙鉉)도 지난달 말 이 지역을 다녀왔다. 투자기업에 대한 특별한 우대혜택도 입안중이다.

‘21세기 실크로드.’ 아시아와 유럽대륙으로 진출하는 중국의 교두보, 신장에 붙여진 새로운 이름이다.

▼사통팔달 교통요지 '신장'▼

신장(新疆)의 교통은 지난 50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과거 실크로드였던 이 지역은 1940년대까지만 해도 마차길이 도로의 전부였다. 기원전의 한(漢)나라 이래 말과 낙타가 주요 수송수단이 돼왔으며, 이같은 현상은 20세기 전반까지 이어졌다.

교통이 급속히 발전한 것은 중국 공산화 이후다. 1999년말 현재 이 지역 간선도로 총연장은 3만3500km. 도로포장률도 95%가 넘는다.

철도는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 62년 우루무치와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를 잇는 란신(蘭新)철도 1892km가 개통됐다. 투루판과 쿠얼러를 잇는 난장(南疆)철도 474km 구간이 완성된 것은 79년의 일이다. 철도 건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난장철도는 우루무치에서 1500km 떨어진 카슈가르까지 연장됐다.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가는 국제선 열차도 우루무치에서 출발한다.

신장과 칭하이(靑海)성을 잇는 칭신(靑新)공로와 티베트를 잇는 창신(藏新)공로를 주간선으로 남북 신장 각지로 고속도로가 달린다. 우루무치와 상하이를 연결하는 321국도도 일부구간이 개통된 채 공사가 한창이다. 우루무치 외곽을 달리면 곳곳에서 도로공사 현장과 마주치게 된다.

항공은 무려 59개 노선이 있다. 광활한 지역이라 항공노선은 신장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루무치 공항을 중심으로 카라마이 알타이 푸윈(富蘊, 코크토카이) 쿠얼러 체머(且末) 허톈(和田) 카슈가르 아크수 바이청(拜城) 이닝(伊寧)이 공로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운항편수가 많지 않아 하루에 일을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바이청에서는 이스탄불행 국제선도 출항한다.

아직 통신은 비교적 불편한 편. 무선통신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으나 일부 도시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통하지 않는다. 외국인투자가 늘면서 국제전화가 붐비고 있지만 베이징 중계소를 통한 콜렉트콜이 아니면 휴대전화는 외국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우루무치〓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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