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명은 소송 낼 수 있나〓이견이 많다. 국내법보다 우선하는 국제협약(바르샤바 협약)은 ‘항공사고의 소송 가능시점을 사고발생 후 2년(99년8월6일)까지’로 못박고 있다. 유족들은 98년 합의 당시 ‘대한항공과 미국 정부에 어떠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소송대리인인 김연호(金然浩)변호사는 “대한항공측은 미국을 상대로 해봐야 보상액이 2억7500만원을 넘기 어렵고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사실상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미국측 책임을 처음으로 언급한 지난해 11월까지 소멸시효는 중단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 대한항공 법무실은 이에 대해 “당시 수많은 변호사가 ‘미국에서 소송하면 대한항공 제시액수보다 훨씬 많이 받아낼 수 있다’고 공표해 알만한 것은 다 알려졌다”고 반박했다.
▽미국 정부와의 연쇄합의 전망은〓모두 51명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박한상변호사는 “지난달 미국측 변호사가 입국해 유가족에게 ‘상당한 액수’의 합의금을 기정사실화 하고 돌아갔다”며 합의 성사를 낙관했다. 그러나 하종선(河鍾瑄)변호사는 “이번 합의금액(평균 260만달러) 정도는 이미 비공식적이나마 제시받았다”며 “의뢰인이 대학병원 의사와 외국계 증권사 간부인 만큼 높은 배상액을 제시해야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정부와 합의한 14명의 국내 소송은〓14명의 가족이 국내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할 수는 없다. 이들이 15,16일 서명한 권리포기서 8항은 ‘권리포기서에 서명함에 따라 대한항공이나 보험사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함께 포기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미국정부가 구상권을 행사하면〓대한항공은 NTSB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NTSB는 “괌 아가냐 공항 관제사가 실수했고 미 연방항공청(FAA)의 최저안전고도경보(MSAW)시스템 관리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와의 첫 합의를 이끌어 낸 제럴드 스턴스 변호사는 “NTSB 보고서는 미국측 과실을 ‘언급’만 했을 뿐”이라며 “미국 정부는 대한항공에 사고책임의 90%가 있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턴스변호사는 “대한항공이 두 가지 쟁점을 깊게 파고 들어가면 책임비율을 50:5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