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양대 미술관장 대담]구겐하임-메트로폴리탄

  • 입력 2000년 2월 28일 08시 23분


《미국 뉴욕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두 사람인 필립 몬테벨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장(63)과 토머스 크렌즈 구겐하임미술관장(53)이 미국 뉴욕타임스의 주관으로 최근 대담을 가졌다. 세계적인 미술관이면서도 서로 대조적인 성격을 지닌 두 미술관의 최고 책임자간의 대담은 21세기 미술관 운영방향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맨해튼에 자리잡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고대 이집트유물에서부터 현대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5000년에 걸친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인상주의 화가전’ ‘이집트 유물전’ 등 ‘정통적인’ 전시를 한다.

구겐하임미술관은 미국뿐만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에도 분관을 내고 있으며 현대미술품을 자주 전시한다. 또한 ‘오토바이의 세계’ 등 색다른 전시를 많이 하며 미술관에서 재즈 쇼를 열어 관객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몬테벨로〓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는 많은 소장품이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한 장소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분관을 내서 소장품이 분산된다면 이같은 장점이 크게 약화될 것입니다

▽크렌즈〓분관을 내면 미술관이 보다 쉽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관람객은 연간 100만명이지만 스페인 빌바오, 이탈리아 베네치아, 독일 베를린에 있는 구겐하임미술관 관객을 모두 합하면 연간 300만명에 이릅니다. 이를 통해 대단한 문화적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관을 낼 때는 관객들의 반응 등을 사전에 정확히 계산해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 더 이상의 분관계획은 없습니다.

▽몬테벨로〓더 많은 관객이 미술관에서 예술을 감상하게 하는 것은 한 미술관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예술가를 소개하고, 각종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흥시키는 등 모든 사회가 동참해야합니다.

▽크렌즈〓현대인들은 바쁘기 때문에 미술관에 올 기회가 적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문화활동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면 앞으로 미술관에 찾아오는 관객은 아주 아주 많아 질겁니다.

▽몬테벨로〓관객이 많이 오는 데 연연하는 것은 끔찍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 전시를 인기전 위주로 제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마티스, 피카소 만이 세계미술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대중적인 인기에 연연하지 않기 위해서 미술관의 재정적 독립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크렌즈〓‘오토바이의 세계’전은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관객의 눈을 끄는 것이 기획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심혈을 기울여 우아한 전시를 했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관객을 창출했습니다. 이렇게 창출된 관객은 미술관에 좋은 이미지를 갖고 미래의 잠재적인 관객이 될 수 있습니다.

▽몬테벨로〓내게 있어 관객은 두 번째 사항입니다. 미술관은 학교나 병원과 다릅니다. 미술관은 인간정신의 정화인 예술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렌즈〓관객은 또한 인터넷으로 미술관에 오지 않고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관객이 모두 집에서 스크린을 통해 미술품을 볼 지도 모릅니다. 제가 본 최고의 웹사이트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웹사이트였습니다.

▽몬테벨로〓 아주 매력적인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웹사이트는 다양한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상업적인 전시회에 대한 비판의 의견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기금 모금방법도 비난을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돈을 찍어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윤리적이면서 실용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크렌즈〓어느정도까지는 미술관운영에 있어 미술기념품 판매사업 등이 필요합니다. 미술관은 입장료 수입만 갖고는 살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미술관 입장료는 몇배로 오를 것입니다.

▽몬테벨로〓아트숍 운영을 결코 첫 번째 사업으로 여기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아트숍을 없애 전시를 하지 못하는 것 보다는 아트숍을 통해 적절한 수익을 내는 것이 궁극적으로 미술관 관객에게 보탬이 된다고 봅니다. 정부지원은 줄어들고, 우리는 스스로 벌어서 일을 해결해야합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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