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극우연정 3役의 辨]

  • 입력 2000년 2월 6일 19시 49분


▼클레스틸 대통령▼

오스트리아의 토마스 클레스틸대통령은 주미 및 주유엔 대사를 지낸 정통 외교관 출신. 92,98년 인민당 후보로 임기 6년의 직선 대통령에 잇따라 당선. 작년 10월 총선후 인민당-사민당 연정을 지원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하고 자유당-인민당 연정을 ‘마지못해’ 추인했다.

그는 4일 대국민 연설에서 유감스럽지만 국민 다수가 지지한 정당간의 연합을 승인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정에 기회를 주고 연정 출범 후에 판단해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연정 지도자들에게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적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간지 인터뷰에서 그는 새로 닥칠 외교적 고립이 나치경력의 쿠르트 발트하임대통령 시절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 연정 지도자들은 발트하임 시절을 교훈으로 여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시몬 비젠탈 센터(유대인권단체)에 보낸 서한에서 그는 자유당을 연정에서 배제하고 새 총선을 치르는 대안을 생각해볼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자유당 의석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연정승인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오스트리아의 권력구조는 이원집정부제. 대통령은 중립적 위치에서 연정승인 총리지명 장관인준권을 행사한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쉬셀 신임총리▼

볼프강 쉬셀 오스트리아 신임총리(인민당)는 95년 오스트리아의 유럽연합(EU) 가입협상을 진두지휘하는 등 그동안 유럽통합을 지향하는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아왔던 인물.

그러나 이번에 EU의 경고를 무릅쓰고 극우성향의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함으로써 이같은 이미지가 크게 퇴색됐다.

96년 빅토르 클리마(사민당) 전총리 내각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그는 올 1월부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직을 맡아왔다. 그는 최근 오스트리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지지하는 등 영세중립국인 오스트리아의 유럽 친화정책을 대변해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총선전 자유당이 제2당이 될 경우 13년간 연정을 구성해온 사민당 대신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사민당과 각료배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쉬셀은 EU의 제재 결정에 대해 “민주주의에 관한 한 오스트리아는 수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3일 외르크 하이더 자유당 당수와 함께 “유럽 통합과 유럽 정신이 오스트리아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는 ‘유럽 가치존중 선언서’를 발표했다. 자유당과의 연정구성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통합흐름에 발맞추겠다는 그의 선언이 지켜질지 관심사항이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하이더당수▼

오스트리아의 외르크 하이더 자유당 당수(50)는 새로운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고 케른텐주지사로 남게 된다. 그러나 부총리를 비롯해 재무 법무 국방 사회 기간산업 등 5개 장관직을 자유당이 차지함에 따라 그는 이번 내각에서 막후 실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더는 나치를 찬양하는 발언과 외국인 이민 및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정책 등으로 미국 EU 등으로부터는 요주의 인물로 간주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국수주의적 성향을 자극하는 정책과 뛰어난 말솜씨로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북부 바드고이세른에서 나치당원의 아들로 태어난 하이더는 빈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70년 자유당에 입당해 79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86년 자유당 당수에 선출되고 89년 케른텐주지사에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나치 칭송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이더는 EU 가입과 유로채택 반대운동을 주도했던 EU 반대론자로 98년 EU 확대정책에 대해 “모든 근로자들과 정직한 시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극단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국인 이민자들이 일자리와 복지혜택을 가로채고 있다는 오스트리아인의 피해의식에 편승해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