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11개월째 최장기호황 美경제 어디로]

  • 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22분


연속 경제호황 107개월째. 미국 경제가 2월에 접어들며 107개월째 호황을 기록, 60년대의 106개월 연속 호황 기록을 깨고 사상 초유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경제는 1995년 이후 연평균 4.2%씩 성장하고 있으나 물가는 지난해 1.9% 상승에 그쳐 196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크게 안정돼 있다. 지난해 실업률은 사실상 완전 고용에 가까운 4.1%로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이처럼 장기간 성장을 지속하는 것을 고전적인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통상 경제성장은 임금과 물가 상승을 동반, 결국 인플레와 경기침체로 이어지기 쉽지만 미국의 경제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1980년대 욱일승천의 기세로 미국을 위협하던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이후 침체국면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고, 유럽의 경제도 그다지 활기를 띠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미국경제의 활황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같은 성장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달 30일 미국경제에 관한 특집기사에서 인터넷과 컴퓨터의 확산을 첫 번째 요인으로 들었다. 첨단 기술의 발달과 온라인을 통한 각종 상거래의 활성화로 미국의 경제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 또 주로 주식시장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얻고, 저리로 자금을 동원할 수 있게 된 기업들이 대규모로 투자를 늘린데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함께 적절한 금리 조정을 통해 인플레 없는 경제 성장을 가능케 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로를 드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온통 장밋빛은 아니다. 장기성장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이 줄어들지 않아 성장의 과실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소득계층에서 최하위 5%에 속하는 가정의 현재 평균 수입은 70년대말에 비해 5%가 떨어졌으나 최상위 5%에 속하는 가정의 소득은 33%가 증가했다. 이같은 소득 격차로 인해 미국 사회는 저축과 투자, 장기적인 재산형성을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럴 수 없는 사람들로 양분되고 있다.

1960년대 호황기에는 근로자들의 임금과 소득이 해마다 크게 증가하면서 빈곤층의 비율과 실업률이 낮아져 빈부격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앞으로의 관심은 미국 경제가 얼마나 더 호황을 구가할 수 있는지에 모아진다. 긍정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정보통신분야를 비롯한 첨단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최소한 몇 달에서 몇 년간은 성장과 확대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같은 견해는 현재로선 대세를 이룬다.

그러나 존 K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지금 상황은 1929년 대공황 직전과 비슷하다”며 “미국 경제의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증시의 주가가 실제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거나, 기업과 국민의 부채가 크게 늘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적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황 뒤에 경기후퇴가 온다는데 대해 이의를 다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다만 그 시기와 정도가 문제가 될 뿐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이희성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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