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고위급회담 전망]NLL변수 돌출 北-美개선 시험대

  • 입력 1999년 9월 5일 19시 42분


7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회담은 북한의 협상의사를 타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北협상의지 타진 계기

동북아 정세의 불안요인인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과 관련해 북측은 잇따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의사가 있다고 밝혀 협상에 대한 기대를 높여왔다. 그러나 북한은 회담을 앞두고 돌연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긴장을 조성해 과연 이번 회담에 성의있게 임할 것인지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미 국무부의 한 소식통은 5일 “북한이 ‘미국과는 대화, 한국과는 대결’이라는 상투적인 이중적 태도를 고집하고 있다는 뜻이지, 미국과의 협상 틀까지 깨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 일단 협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미측은 이번 회담을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북한측에 제안한 관계개선 방안에 대한 협상의 시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Perry Process)’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페리 프로세스' 시작

페리의 관계개선 방안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열거한 뒤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합의해 나가면서 점차 관계 개선을 향해 나아가자는 것.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중지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양측이 ‘선물’을 교환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미국내 북한자산 동결해제처럼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부문의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해줄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문제에서 합의에 도달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북한의 미사일 수출 및 개발 포기 문제를 다루자는 게 페리 프로세스. 이번 회담의 성패는 1단계 합의를 도출하고 2단계로 넘어가는 협상의 초석을 마련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2단계 협상은 찰스 카트먼 미 한반도평화회담특사와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부상 라인보다는 고위급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페리 조정관이 초청한 강석주(姜錫柱)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방미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두차례 더 열릴듯

북한의 미사일발사실험은 10월로 넘어가면 기후문제로 어렵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실험 중지와 관련한 협상시한은 앞으로 한달 이내가 될 것이라고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이때문에 북―미가 한 차례 더 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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