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2년]본토인 밀물…주민들 베이징語 학습 붐

  • 입력 1999년 6월 24일 18시 33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 한국무역협회 직원이었던 전수복(全壽福·33·여)씨는 홍콩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공항에서 물건을 잃어버려 경찰에 신고차 갔지만 베이징 표준어가 통하지 않아 고생했다.

현재 홍콩 주재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서 근무하는 전씨는 구멍가게에서도 표준어로 물건을 살 수 있다. 홍콩 반환 후 달라진 한 사례다.

내달 1일은 홍콩반환 만 2년이 되는 날.

반환 후 홍콩의 가장 큰 변화는 중국 ‘본토인’과 표준어의 물결이다.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전체 관광객은 97년에 비해 98년에는 8% 줄었지만 ‘본토’ 관광객은 27.1% 늘어났으며 올 3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났다.

지우룽(九龍)반도의 오션 센터 쇼핑몰이나 홍콩 섬의 패시픽 팰리스 등 고급 쇼핑가는 ‘본토인’ 관광객으로 흥청댄다. 공용어는 영어와 광둥(廣東)어이나 공영방송인 RTHK 7개 라디오 채널 중 하나는 베이징 표준어로 진행한다. 중국 화폐 위안화가 대부분 상점에서 통용되며 위안화 환전소도 즐비하다.중국 각 성(省)이 곳곳에 대형 빌딩을 세우고 있는 것도 ‘본토의 홍콩 진출’을 대변한다. 후난(湖南)성은 완차이에 38층짜리 산샹(三湘)빌딩을, 광둥성은 광난(廣南)빌딩을, 베이징시는 시틱 패시픽 빌딩을 각각 세우고 있다.

베이징 표준어 학습열기는 날로 뜨거워지고 대신 영어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지고 있다. 홍콩 언론들은 “영어실력 하락으로 국제도시 위상이 흔들린다”고 우려한다.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관 성창기(成彰基)홍보관은 반환 후 정치적 민주화,언론자유등에는큰 변화가없다고 현지분위기를전했다.

이상징후도 있다.

지난해 7월 6일 첵랍콕 신공항이 개항된 날 화물처리 컴퓨터 시스템이 고장나 한달 이상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 즉시 “반환전 정부가 관리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하는 개탄이 나왔다. 성실 청렴의 상징이던 홍콩 공무원의 자세가 안이해졌다는 지적이다.

경제도 나빠졌다. 지난해 실질국내 총생산(GDP) 증가율은 13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추락(-5.1%)했다. 올해도 0.5%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실업률은 반환 2년만에 2배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가격이 2년간 50% 가량 떨어졌다. 수출성장세도 멈춰 98년 -7.4%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9.0%(추정치)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교민 김맹수(金盟洙·사업)씨는 본사와의 국제통화에서“서민들은 영국 치하에서라면 이렇게 살기 힘든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평한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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