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곡물거래소 전산화 「거부」…손짓 呼價방식 지지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미국 시카고곡물거래소(CBOT)는 앞으로 상당기간중 거래용지를 흔들어대며 수신호와 고함으로 호가(呼價)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할 전망이다.

21세기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시카고곡물거래소는 9일 전통고수를 주장하는 데이비드 브레넌(41)을 2년 임기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선거이슈는 간단했다.

4연임에 도전하던 아버회장은 해외 선물시장의 도전에 맞서 △혁신적 전자거래시스템 도입 △독일 유렉스거래소와의 제휴 △라이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의 결합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독일 유렉스는 전자거래 방식을 채택해 불과 수개월만에 세계 제2의 거래소로 떠오른 곳.

반면 브레넌은 선거유세에서 “아버회장은 긴요하지 않은 값비싼 전자거래시스템 도입으로 예산낭비를 일삼고 있다”고 맹공했다.

브레넌은 또 “기존방식을 고수해 15만개의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공약한 반면 아버는 “전자시스템 도입으로 경쟁력이 확보돼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일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레넌 신임회장은 선물(先物)업계에서 무명에 가까운 3세대 콩거래업자.

아버회장의 패배는 CBOT 특유의 보수주의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CBOT가 전산방식을 꺼리는 이유는 전통방식을 포기할 경우 시장의 활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널찍한 거래장에서 시끌벅적하게 진행해야 활기가 있다는 논리다.

한편 CBOT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대형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곡물거래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판에 업자들이 시대를 거꾸로 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시카고AP연합〉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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