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초크 獨대통령-김종심본보논설실장등 좌담]

  • 입력 1998년 9월 18일 07시 08분


로만 헤어초크 독일대통령은 17일 “한국정부의 대북(對北) ‘햇볕정책’은 지속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방한중인 그는 이날 독일대사관저에서 김종심(金種心)동아일보 논설실장 등 3개 신문사 간부 및 한승주(韓昇洲) 고려대교수와 좌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햇볕정책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있으며 결과여부를 떠나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독일 ‘동방정책’의 예를 들며 “동방정책을 펴는 동안 서독과 동독의 관계는 좋기도 했고 나쁘기도 했지만 정권이 바뀐 후에도 서독은 이 정책을 계속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좌담회의 주요 내용.

―외국투자자의 눈에 비친 한국의 투자환경은 어떤가.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에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에 나와있는 독일기업인들을 만나보니 모두 한국에 계속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법과 시행이 따로 따로’라는 지적은 있다.”

―관치경제를 개혁해서 시장경제로 나아갈 때 정부가 시장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해야 한다고 보나.

“원칙적으로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해야 할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제도로 이는 시장원칙에만 맡겨둘 수 없다.”

―미군이 독일에 계속 주둔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질문의 핵심은 아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미래에 대한 것인 듯하다. 솔직히 유럽 안에 미군이 더 이상 주둔하지 않는다면 누가 봐도 NATO는 의미가 없다. 유럽은 군사적 방위력이 약하고 동유럽 및 남유럽에 앞으로 어떤 위협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 및 러시아의 지도력 공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러시아의 경우 반서방, 반민주적 성향까지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의 경우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 같다. 러시아의 경우 앞날을 말하기는 힘들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고르바초프 이전의 구시대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독일사회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개혁을 말하는가.

“행정이나 사회에서 굳어진 부분을 푸는 개혁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행정절차나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자세 등을 들 수 있다. 또다른 개혁은 정신적인 것으로 진취적인 도전의 문제다. 젊은이들이 진취적으로 새분야를 개척하려 하기보다 평범한 월급쟁이로 안주하려 할 경우 개혁이 필요하다.”

〈정리〓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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