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추방외교관 재입국』압력…비공개 채널로 요구

  • 입력 1998년 8월 16일 19시 32분


러시아 정부는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과 예브게니 아파나시예프 주한(駐韓)러시아대사가 최근 ‘시간여유’를 갖고 한―러간 외교갈등을 수습해 나가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비공개채널을 통해 정부가 추방한 올레그 아브람킨참사관을 조속한 시일내에 재입국시키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언론도 이에 가세, 한국 정부가 홍장관 취임 이후 양국이 이미 합의한 아브람킨참사관 재입국문제를 파기하고 다시 ‘대결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

러시아방송은 12일 홍장관이 전임자가 러시아 정부에 약속한 모든 ‘합의’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면서 홍장관 취임 이후의 한―러관계를 새로운 대결국면이라고 보도했다.

유력일간지 이즈베스티야도 이날 ‘서울은 모스크바와 화해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소식통을 인용,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러시아언론은 또 홍장관이 “시간여유를 갖자”고 한 것은 다음달로 예정된 홍장관의 러시아 방문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내년초 러시아 공식방문을 취소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한국 정부가 홍장관 취임 후 ‘대(對)러시아 강경론’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보도는 러시아 정부의 ‘대국주의적 이중전략’과 맥락을 거의 같이 한다는 점에서 특기할만한 대목이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외무장관은 지난달 2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박정수(朴定洙)전외교통상부장관과의 2차 한―러 회담 직후 “한국 정부가 아브람킨참사관의 재입국허용에 합의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외교비례(非禮)를 서슴지 않았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박전장관이 당시 아브람킨참사관의 재입국문제를 검토해보겠다고 발언하기는 했으나 재입국에 합의한 사실은 없다”며 이른바 ‘아브람킨참사관 재입국 합의설’은 러시아 외교의 ‘횡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홍장관이 ‘시간여유를 갖자’고 한 것은 현재의 대결국면을 진정시키면서 바람직한 해결방향을 모색하자는 뜻”이라며 “러시아언론의 보도는 러시아국민의 대한(對韓)감정을 불필요하게 자극함으로써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러시아측이 계속 아브람킨참사관의 재입국문제로 한국 정부를 압박해올 경우 아브람킨참사관이 한국내에서 저지른 불법적인 정보활동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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