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은행퇴출방식]美 정부주도-日 가교銀통해 자율로

  • 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53분


5개 부실은행을 퇴출시킨 한국의 금융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미국도 10여년전부터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며 일본도 강도높은 금융권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미국 ▼

오늘날 미국의 호황을 뒷받침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성공적인 은행의 구조조정. 80년대 중반 미국은 한국의 신용조합같은 군소 은행들(Savings & Loans Association)의 부실채권때문에 신용위기가 발생했다.

미연방정부는 이들의 부실채권이 무려 4천6백50억달러에 이르자 시장경제논리에 맡겨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은행 통폐합에 강력히 개입했다.

미연방예금보증공사(FDIC)는 89년부터 95년까지 모두 7백47개의 소규모 은행을 폐쇄대상으로 골랐다. 한국의 성업공사같은 기능을 하는 청산신용공사(RTC)를 설립해 이들 은행의 자산을 매각해 빚을 갚은 뒤 우량은행들에 강제 합병시켰다.

이 과정에서 연방예산이 1천억 달러나 들어가 국민부담이 컸다. 연방정부는 통폐합을 개시한지 반년만에 폐쇄대상의 절반을 퇴출시켰다.

신용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제조업이 되살아나도 경제는 정상화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여타 은행들의 자발적인 인수합병도 동시에 진행돼 미국은행은 86년 1만4천개에서 95년에 1만개로, 은행원은 1백50만명에서 45만명으로 격감했다.

▼ 일본 ▼

일본 금융기관들은 ‘불침항모’에 비유돼 왔다. 대장성의 보호아래 ‘호송선단식’으로 운영돼왔기 때문. 그러나 작년부터 이같은 신화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본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은 작년 11월 절정에 이르렀다. 산요(三洋)증권 홋카이도 다쿠쇼쿠(北海道拓殖)은행 야마이치(山一)증권 등 굵직한 금융기관이 줄줄이 쓰러졌다. 그때마다 ‘상장증권사 첫 도산’ ‘시중은행 첫 도산’ ‘전후(戰後)최대규모 도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일본 정부는 부실 금융기관들의 합병에 직접적인 강제 개입은 하지 않으면서 자율적 퇴출을 강력히 유도했다. 이로 인한 퇴출방법은 △자진폐업 △영업권 양도나 다른 은행으로의 합병 △법정관리신청 등 크게 세가지 유형이 나타났다.

일본정부는 은행퇴출에 따른 사회적인 파장을 줄이기 위해 인수은행이나 부실채권 처리 전담 가교은행(브릿지뱅크)을 설립해 30억엔을 지원, 부실채권을 정리한 뒤 은행간 합병을 촉진할 계획이다.

〈도쿄·워싱턴〓권순활·홍은택특파원〉kwon88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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