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貨폭락/미국입장]『달러강세로 세계자본 美증시 유입』

  • 입력 1998년 6월 17일 19시 55분


엔화가치의 추락을 미국이 ‘강건너 불’처럼 방관하는 까닭은 달러 강세정책이 미국에 주는 이득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달러강세정책을 유지함으로써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수출에서 번 돈을 미국의 채권이나 주식시장으로 빨아들여 천문학적 규모의 무역적자를 상쇄하고 있다. 미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미 채권시장 투자규모만도 3천억달러에 이른다.

이같은 자본의 유입으로 미국의 증권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미국기업들은 풍족한 자금을 기술개발에 투입해 정보통신 등 첨단분야에서 점차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또 달러강세로 수입단가가 낮아짐으로써 미국 소비자들은 보다 값싼 제품의 혜택을 받게 되고 자금의 범람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협도 억제된다.이는 미국경제가 최근에 50년대 이후 처음으로 실업률을 4.3%로 낮추면서 인플레이션을 막아낼 수 있는 배경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달러강세정책은 그동안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경제를 미국식 모델로 개편하려는 압박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중국에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말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스스로는 달러강세를 즐기고 있는 미국의 태도는 ‘이중적’이며 경제대국의 리더십에 걸맞지 않다는 세찬 비난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애덤 포센 선임연구원은 “수렁에 빠진 아시아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는데 미국은 일본 길들이기만을 겨냥해 긴급한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외환보유액을 합쳐도 5천억달러밖에 안돼 시장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며 외환시장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올 4월 일본의 대대적인 시장개입에 대해서도 미국은 “근본적인 개혁을 외면하고 1백억달러 이상의 거액을 날린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엔화가치 하락이 미국기업들의 수출경쟁력에도 점차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미국이 조만간 ‘제한적인 개입’에 나서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