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IMF-美, 고금리처방 입씨름

  • 입력 1998년 5월 25일 20시 02분


국제통화기금(IMF)의 처방에 대한 정당성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한편이 되고 IMF와 미국이 한편이 돼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25일 일본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의 카나나스키스에서 24일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담에서 일본과 한국이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IMF처방을 비판했다.

먼저 포문을 연 사람은 마쓰나가 히카루(松永光) 일본대장상.

그는 오찬모임에서 “IMF는 경제개혁계획을 마련할 때 해당국의 거시경제 상황과 역사 및 사회적 배경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IMF 개혁프로그램에 이의를 제기했다. 오후 회의에서는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이 “시장의 신뢰회복에 필요한 수순(手順)을 확인해야 한다”며 IMF의 고금리정책이 한국 경제를 옥죄어 왔음을 내비쳤다.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IBRD)총재까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IMF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IMF의 경제개혁계획이 없었다면 아시아경제는 훨씬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배려하면서 계획을 짜고 있다”고 반박했다.

“IMF에 1백80억달러를 추가출연하자”며 의회를 설득하느라 본국에서 잔뜩 진땀을 빼다가 캐나다로 달려온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도 아시아측의 ‘이의제기’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표정이었다.

일본 대장성 자문기관인 외국환 심의회도 최근 “인도네시아 구조개선과 관련해 IMF가 취한 조치가 지나치게 성급히 이뤄져 정치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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