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개막]한반도문제 「지역현안」 탈피

  • 입력 1998년 4월 3일 20시 01분


《3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막된 2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2년전 태국 방콕에서 열렸던 1차 회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지난해 동남아에서부터 촉발된 아시아 금융위기로 아시아 국가들이 1차회의 때에 비해 옹색한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제협력에 주안점을 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는 달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포괄적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ASEM이 결성됐지만 2차 회의에서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최대관심사였다. 그러나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은 사안에 대한 접근법에 있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정치문제에 대한 접근자세부터 달랐다. 아직도 국내적으로 불안요인이 많은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은 정치체제나 인권문제 등 민감한 정치현안을 다루는데 거부감을 표시했다. 그보다는 유엔이나 환경문제 등 범지구적인 현안을 다루기를 희망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무슨 문제든지 자유롭게 논의하자’는 태도였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채택한 의장성명서에 원론적인 수준에서나마 한반도문제에 대한 언급이 포함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민감한 지역현안’이었던 한반도문제가 ‘범세계적인 중요현안’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과거 친북한 성향을 보였던 국가들마저도 한반도문제에 대해 ‘보다 덜 민감한’ 반응을 보인 점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경제문제에 대한 접근자세에도 아시아와 유럽 국가 사이에 차이를 보였다.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시장 보호를 의식했으나 유럽 국가들은 완전한 시장개방에 의한 다자무역체제를 주장했다. 아시아금융위기와 관련한 별도성명 채택 여부를 둘러싸고 상당시간 조율이 필요했던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동북아 3국의 자세도 서로 달랐다. 아시아쪽 조정국인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의 입장을 중시하는 태도를 취했으나 기본적으로는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정서를 보였다. 반면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태도를 거의 같이 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 중 정치문제뿐만 아니라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비교적 자유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을 추구하면서 국제수준의 시장개방을 공언한데다 한국이 제3차 회의 의장국 겸 아시아쪽 차기 조정국이기 때문이다.

한편 2000년 서울에서 열리는 제3차 회의는 21세기 첫 10년 동안 ASEM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회의가 될 전망이다.

〈런던〓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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