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장성 간부 또 자살…「수뢰스캔들」파문 갈수록 커져

  • 입력 1998년 3월 13일 07시 41분


11일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중견간부가 수뢰혐의로 체포되고 중앙은행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데 이어 12일 검찰에서 조사받던 대장성 간부가 자살해 ‘대장성 중앙은행 스캔들’의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쓰시타 야스오(松下康雄)일본은행총재는 11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12일 참의원에 출석,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퇴진은 기정사실이 됐다.일본은행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거나 일본은행총재가 부하직원 등의 오직사건으로 퇴진하는 것은 1882년 은행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일본 신문들은 12일 중앙은행에 대한 수사를 6,7개면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으며 방송도 매시간 톱뉴스로 다루는 등 이번 사건을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금융시장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서 11일 뉴욕과 12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29엔대를 기록하는 등 엔화가치가 폭락했으며 도쿄증시의 주가도 떨어졌다.

한편 대장성과 금융기관의 유착관계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대장성 중소금융과 스기야마 요시오(杉山吉男·43)과장보좌가 12일 오후6시 도쿄 다이토(臺東)구 자신의 집에서 자살했다.

이로써 대장성 스캔들과 관련해 한국계 중의원 4선의원인 아라이 쇼케이(新井將敬) 등 모두 4명이 자살했다.

일본금융시장이 국제규범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음을 비판하는 ‘일본이질(異質)론’이 국제사회에서 번지고 있는 판국에 이번 스캔들이 터져 일본금융시장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은행 중의 은행’으로 불리며 국민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온 일본은행 역시 부패사슬에 얽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성토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은 작년말 개정된 일본은행법에 따라 4월1일부터 종전보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더욱 강화된 중앙은행으로 거듭나게 돼 있었다. 또 일본의 금융빅뱅(은행간의 대규모 통폐합)을 앞두고 중앙은행의 금융제도 대개혁 방안에 대한 기대가 큰 시점이었다.이 때문에 이번 사건은 일본은행의 대대적인 내부수술은 물론 일본금융행정 전반에 관한 논의를 불러올 전망이다.

한편 이번 스캔들로 인해 그동안 대장성사무차관 출신과 일본은행에서 번갈아 일본은행총재를 맡아온 관행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대장성사무차관과 시중은행장을 역임한 마쓰시타총재는 94년 12월 취임, 5년 임기중 1년9개월을 남겨놓은 상태다.

〈도쿄〓권순활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