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 의제양보 안팎]北 20개월만에 사실상 백기

  • 입력 1997년 11월 21일 19시 48분


4자회담 실현을 위한 협상은 북한과의 협상이 늘 그러했듯 식량난을 겪는 북한이 식량원조를 본회담 참석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바람에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9월19일 열렸던 제2차 예비회담도 북한이 주한미군문제 등을 본회담의제로 고집해 결렬됐다. 북한이 본회담을 막는 최대의 걸림돌이었던 의제선정에 양보의사를 시사한 것은 10월초. 식량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토니 홀 하원의원에게 넌지시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10월20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한반도관련 세미나에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이근차석대사가 미 국무부의 마크 민튼과장에게 그같은 입장을 확인해주었다. 이에 따라 남북한과 미국의 실무자들은 지난 10일 워싱턴에서 접촉을 갖고 3차예비회담을 성사시켰다. 북한이 사실상 백기를 들고 4자회담에 응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우리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김정일(金正日)의 당 총서기 취임후 실용노선을 취하면서 평화애호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해 태도가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또 북한이 대미(對美) 대일(對日)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4자회담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에 다시 어려워질 식량사정을 고려할 때 본회담을 시작한 뒤 협상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략을 세웠을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마침 유엔은 다음주 내년도 대북(대북) 식량원조 규모를 발표하고 회원국들에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때문에 4자회담에 애착을 갖고 있는 미국이 그동안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던 선(先)식량원조보장, 후(後)회담참석의 수순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4자회담의 성사는 북한을 마라톤의 출발점에 끌어들인 것에 불과하다. 종전의 관례대로 보면 북한은 4자본회담에 어떤 주장을 들고나올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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