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보유한도,3일부터 26%로 확대

  • 입력 1997년 10월 31일 20시 14분


3일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종목당 주식 보유한도가 26%로 3%포인트 늘어나면 외국인들의 무차별적인 「팔자」공세가 꺾일까. 미국 뉴욕의 월가(街)에서 들어본 대답은 「노(No)」였다. 미국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국주식 판매를 주 업무로 하는 한국증권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각종 펀드들이 아시아시장의 투자비중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개방폭을 확대한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증권사 과장은 『장세변화에 민감한 헤지 펀드는 물론 대형투자신탁자금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 비중을 이미 0%로 낮췄거나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들의 집중 매도대상은 특정 「종목」이 아니라 「국가」 자체라는 우려를 덧붙였다. 특히 지난달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폭락(환율 급등)하자 월가에서는 「달러화 환전이 막히는게 아니냐」는 루머가 파다하게 나돌기도 했다. 또 한국정부가 외환시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자 「공식 발표와는 달리 당국이 갖고 있는 달러가 1백억달러 정도뿐」이라는 억측도 난무했다. 이처럼 외국 펀드들이 「환(換)공황심리」에 싸여있는 이상 외국인 한도확대의 효과는 의외로 적을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LG증권 미국 현지법인 홍덕기(洪德基)과장은 『SK텔레콤과 포철을 빼고는 상담조차 들어오지 않는다』며 『이번 한도확대로 한국시장에 유입될 외국인 자금은 기껏해야 지난 5월의 절반도 안되는 4천억∼5천억원 선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30일 현재 한국에서 외국인간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선호종목의 프리미엄(웃돈)은 SK텔레콤(10%)을 제외하고는 전 종목이 0%로 급락했다. 얼마전까지 웃돈을 얹어서라도 사겠다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히려 보유주식을 내다 팔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92년 증시개방 이후 처음.이런 분위기를 반영, 30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한국물의 가격도 일제히 폭락세를 보였다. 9월초 16.38달러에 거래된 한전 주식예탁증서(DR)는 8.88달러로 떨어져 약 두달만에 거의 반토막났다. 또 SK텔레콤과 포항제철 DR도 9월초에 비해 각각 45%, 38%씩 폭락했다. 〈뉴욕〓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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