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값하락]한국 『장미빛』 대만 『잿빛』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대만의 불행은 한국의 행복」? 국내업체를 끈질기게 추격해 오던 대만 반도체업계에 최근 악재가 겹쳐 국내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64MD램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업계는 최근 16MD램의 현물시장 가격이 4달러80센트까지 떨어지면서 올해 약 32억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현물시장 출하비율이 전체의 5∼10%인데 비해 대만업체는 대부분의 물량을 고정거래선 가격보다 1달러 이상 싼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공급하고 40% 가까운 물량을 현물시장에 내놓고 있어 가격하락의 충격을 더 많이 받고 있다. 대만 업계는 또 지난 3일 윈본드사와 대만 최대 반도체업체인 UMC사에 15억달러의 손실을 입힌 화재가 발생한데 이어 S램의 덤핑판정으로 대미 수출길까지 막힌 상태. 게다가 향후 주력제품인 64MD램은 연말경에 샘플이 나와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한국 및 일본 업체와의 격차가 6개월∼1년 정도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메모리 주력제품을 64MD램으로 급속 교체, 삼성전자가 연말까지 월 5백만개, LG반도체와 현대전자가 월 3백만개의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해 대만을 완전히 제치고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64MD램의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NEC 등 일본 업체들도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내년 컴퓨터업계의 64MD램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에 따라 10월 현재 개당 30달러 수준인 64MD램 가격이 내년엔 평균 18∼22달러까지 떨어져 시장선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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