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배심원제, 심슨재판 여파로 개혁 논란…NYT 게재

  • 입력 1997년 2월 6일 18시 55분


[뉴욕〓李圭敏특파원] O J 심슨 사건에 대해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의 배심원들이 서로 다른 결과를 평결한 것은 미국의 법률사상 중요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법률학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미국 사법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으로 양분돼 있다. 한쪽은 동일한 인물에 대한 동일 사건을 다루는데 판결이 다르게 나왔다면 둘중 하나는 잘못된 것이고 그것은 어느 한쪽 배심원들의 편견이나 무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재의 배심원제는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부류 인사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심슨사건처럼 유죄가 인정될 경우 사형이 선고돼 피고인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형사재판에서는 배심원들의 태도가 보다 방어적이고 신중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며 민사재판에서는 잃는 것이 돈으로 국한되기 때문에 배심원들이 보다 자유롭게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심슨사건의 경우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평결됐던 것은 그가 실제로 무죄라는 의미라기보다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사건에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확실하고도 넉넉한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민사소송의 경우 원고의 변호인들은 형사재판에서 얻은 교훈을 십분활용해 설득력이 강한 증거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서로 상반된 평결을 내린 두 법원의 배심원들중 어느 한 부류 또는 검찰이나 변호인단중 한 쪽을 무능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배심원단의 구성상 인종분포가 사건의 평결에 영향을 주었느냐하는 데 있다. 이번 사건은 외견상 그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미국의 배심원제는 개혁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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