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으로 꼬는 다리… 무릎 관절염 앞당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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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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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던 강 부장(54)은 부쩍 휘어 있는 자신의 다리에 깜짝 놀랐다. O자 휜 다리 사이로 큰 틈이 벌어져 있었던 것. 곰곰이 원인을 생각하던 그는 평소 다리를 꼬는 자세가 영향을 미쳤음을 직감했다. 식사할 때도, 업무 중에도 그의 왼쪽 다리는 항상 오른쪽 허벅지 위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세를 교정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기도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꼬게 되는 다리 탓에 금세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휜 다리가 무릎에 악영향을 미친 것일까. 최근 들어 무릎에 욱신거리는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통증의 강도가 점차 심해지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자 가까운 한방병원을 찾은 그는 무릎 관절염 진단을 받는다. 의료진은 ‘휜 다리로 인해 체중이 무릎 안쪽에 집중되면서 연골이 손상된 것’이라며 치료와 함께 무릎 건강 관리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김하늘 부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김하늘 부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좌식 생활을 하는 한국인에게 O자형 다리는 흔하게 나타나곤 한다. 강 부장과 같이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직장인도 예외는 아니다. 다리를 꼬거나 의자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는 등 바르지 못한 자세로 인해 다리 모양이 변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다리를 꼬는 자세는 체중을 한쪽 무릎으로 집중시켜 다리 모양 변형의 주된 원인이 된다. 이에 따라 다리가 활모양으로 휜 상태를 ‘내반슬’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이를 단순히 외형적인 문제로만 치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내반슬은 무게중심이 무릎 관절 바깥으로 쏠리기 때문에 부담이 누적되기 쉬우며 심할 경우 무릎 관절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무릎 관절염이란 무릎 위 뼈와 아래 뼈 사이에 있는 연골이 지속되는 압박으로 손상되면서 염증 및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무릎 주변이 욱신거리며 아프고 붓거나 운동 범위가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악화할수록 통증으로 인해 무릎을 완전히 굽혔다 펴는 행동에 제약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은 무릎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중장년층에게서 빈발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무릎 관절염 환자 중 50∼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일 정도다. 실제로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60대 무릎 관절염 환자 수만 약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0∼60대의 비중은 55.3%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경우 무릎 관절염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질환이 의심된다면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릎 연골의 손상과 다리 변형을 막는 치료법으로는 한방 비수술 치료가 있다. 대표적으로 침·약침 치료와 한약 처방, 추나요법 등이 활용된다. 무릎 관절 주변에 침을 놓으면 근육과 인대의 긴장이 이완되면서 무릎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한약재 유효 성분을 인체에 해가 없게 정제한 약침을 놓아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빠르게 제거한다. 이어 숙지양근탕과 같은 한약 처방을 통해 연골 손상 부위의 회복을 촉진한다. 통증이 회복된 이후 한의사가 직접 관절과 근육, 인대 등을 밀고 당기며 어긋난 관절을 바로잡는 추나요법을 병행하면 내반슬 교정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숙지양근탕의 주요 한약재인 모과는 연골 보호 효과가 뛰어나며 이에 대한 기전은 연구 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 학술지 ‘국제 분자 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모과가 연골 구성 성분의 분해를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염증을 유발한 연골 세포에 모과를 3가지 농도(12.5, 25, 50㎍/㎖)로 처리한 뒤 회복 정도를 살펴봤다. 그 결과 모과 추출물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연골의 탄력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인 ‘프로테오글리칸(Proteoglycan)’과 ‘제2형 콜라겐(Col2a1)’의 발현량이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 모과가 연골 주요 성분의 손상 및 분해를 막음으로써 연골 세포를 보호한 것이다.

평소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자세로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다 보면 신체에 누적된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세를 바꾸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꼬게 되는 이유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적어도 1시간에 한 번씩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와 다리의 부담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발 받침대를 사용하면 등을 의자에 밀착시킴으로써 신체적 피로를 예방하고 다리를 꼬는 행동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한 번 검으면 흰 줄 모른다’라는 속담처럼 한 번 생긴 나쁜 습관은 좀처럼 고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습관이라면 힘이 들더라도 빠르게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를 꼬는 습관부터 시작해 하나씩 고쳐나가며 건강을 지켜나가도록 하자.

김하늘 부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헬스동아#건강#의학#무릎 관절염#다리 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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