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엔터 파워맨] 이시우 대표 “실력 있는 무명가수에게 공정한 경쟁의 장 열어주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5일 06시 57분


페이스북을 통한 음악 마케팅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시우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좋은 콘텐츠”라면서 “호불호가 엇갈리지 않는 노래가 좋은 반응을 얻는다”고 말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페이스북을 통한 음악 마케팅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시우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좋은 콘텐츠”라면서 “호불호가 엇갈리지 않는 노래가 좋은 반응을 얻는다”고 말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1> ‘사재기 논란’ 홍역 치른 리메즈 엔터 이시우 대표의 진심

사재기 조사 결과 안 나와 나도 답답
리메즈만의 노하우? 대행사 말 와전
IT 기술 오해…꼭 바로잡고 싶어요

‘슈스케’ 보고 ‘일소라’ 페이지 개설
영상 10만개 보면서 대중취향 연구
콘텐츠가 중요…노래 나쁘면 거절


대중음악계에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무명에 가까운 가수, 대단한 팬클럽이 없는 가수가 음원차트 1위 혹은 그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면 덮어놓고 ‘사재기’를 의심하는 풍토다. 4월 가요계를 흔들었던 가수 닐로의 사재기 의심에 이어 숀, 오반, 펀치 등도 음원차트 정상(권)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의심을 받았다. 오히려 아이돌에 매몰된 음악차트에 일어난 ‘신선한 반란’으로 환영 받아야하는 일인데 말이다.

사실 아이돌 음악, 방송 삽입곡만 차트에 있는 현실은 기형적일뿐더러 케이팝을 만들어낸 ‘음악 강국’으로서 남부끄러운 일인데, 우리 대중음악에 다양성을 부여해주는 ‘비아이돌’을 격려는 못해줄망정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사재기로 단정하고 비난을 퍼붓는 게 온당한 일일까.

폭풍 같던 사재기 이슈가 사그라진 요즘, 처음 사재기란 도마 위에 올랐던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이시우(28) 대표를 서울 연남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리메즈)는 장덕철, 닐로의 소속사. 작년 10월 발표된 닐로의 ‘지나오다’가 페이스북 마케팅을 통해 서서히 순위가 오른 후 4월에 정상에 올랐지만, 이 대표는 축하는커녕 사재기라는 홍역을 치러야했다.

-사재기 시선은 여전한가, 아님 좀 해소됐나.

“여전한 것 같다. 답답한 건, 어느 권위 있는 기관에서 조사를 해서 명쾌하게 결과를 내줬으면 하는데, 그걸 책임지고 발표해줄 기관도 애매한 상황이다.”

-의혹 해소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민원을 넣지 않았나.

“4월에 했다. 우리가 어떻게 마케팅을 했는지, 마케팅과 차트 1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선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

-피드백은 있었나.

“두 달쯤 전에 ‘조사기관이 선정됐으니 좀 기다려 달라’는 연락이 왔었다.”

-SNS 마케팅은 영업비밀인가. 어떻게 1위가 되는지 궁금한데.

“딱히 비밀은 없다.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동영상이 인기 있는지 연구하고, 음악을 어떻게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한다. 그래서 만든 영상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얻고, 그 인기가 음원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닐로의 ‘지나오다’는 어떤 요소가 먹힌건가.

“뮤직비디오에 가사 자막을 예쁘게 깔았다. 뮤직비디오는 가사를 입혔을 때 반응이 더 좋더라. 그런데 닐로는 이미 SNS상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우리가 닐로와 인연을 맺은 후 그의 영상은 매번 반응이 좋았다.”

-닐로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닐로의 ‘넋두리’라는 곡이 음악팬들 사이에서 많이 불려지고 있었다. 그 노래를 듣고,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 영입했다.”

-닐로는 밤 11시에 갑자기 순위가 올라 의심을 키웠는데.

“시간대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퇴근하고 집에서 음악을 들을 만한 시간대인 오후 7시, 8시 사이에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렸다. 닐로는 어느 날 갑자기 1위에 오른 것이 아니라 3주에 걸쳐서 꾸준히 1위까지 갔다.”

-당시 1위 비결로 ‘노하우가 있다’는 말이 논란이 됐다.

“홍보대행사에서 ‘리메즈만의 노하우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는데, 그 말이 와전됐다. IT 쪽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걸로 오해를 하시더라. 꼭 바로잡고 싶다.”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노래 잘하는 일반인에 열광하는 현상 보며 SNS 마케팅 시작

어려서부터 사업가를 꿈꿨던 이시우 대표는 대학 1학년 때 교육사업을 하겠다고 투자회사에 메일을 보냈다. 군 제대 후 크라우드펀딩이 시도되는 걸 보면서 음반제작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크라우드펀딩 기능을 가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자 대학을 그만두고 2013년 회사를 차렸다. 중소기업청의 청년창업 관련 공지를 보고 직접 사업기획서를 제출해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다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보고 SNS 마케팅에 눈을 돌리게 됐다. 노래 잘하는 일반인에 대중이 열광하고 이들 영상이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는 걸 보면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노래 잘하는 일반인을 찾아다니며 영상을 찍는 한편 SNS에서 인기 있는 노래 영상을 구해 해당 페이지에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개설 1개월 만에 팔로어가 20만 명에 달했다. 이 페이지가 그 유명한 ‘일반인들의 소름돋는 라이브’(일소라)였다. ‘일소라’는 4일 현재 팔로어 수 321만2384명이다.

하지만 팔로어가 많다고 돈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유튜브와 달리 페이스북은 조회수가 높다고 광고가 붙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향력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것을 고민하다 노래 잘하는 일반인들을 가수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소라’에서 반응이 좋았던 반하나를 시작으로 장덕철, 이준호, 포티, 닐로를 차례로 영입했다. 24살에 제작을 시작했지만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던 탓에 제작하는 음반이 다 안됐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일소라’의 영향력을 눈여겨본 중·대형기획사들로부터 SNS 마케팅 의뢰가 왔고, 지금까지 약 300건을 대행했다. 리메즈는 닐로의 사재기 이슈 이전부터 이미 가요계로부터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마케팅 의뢰가 들어오나.


“계속 오고 있다.”

-페이스북 마케팅으로 누구든 1위로 만들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중요한 건 콘텐츠(노래)다. 그 다음 그 콘텐츠를 마케팅할 도구(영상)를 잘 써야 한다. 노래가 좋지 않으면, 자신 없다고 거절하기도 한다.”

-어떤 노래가 SNS에서 인기가 좋나.

“누가 들어도 좋은 노래, 호불호 갈리지 않는 노래가 잘 먹힌다. 장덕철 ‘그날처럼’, 닐로 ‘지나오다’는 누가 들어도 좋아할 노래라 생각했다.”

이 대표는 평소 음악을 즐겨듣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이 대표는 “대중적인 귀”를 갖게 됐는지 모른다. 닐로의 여러 노래 중 이 대표는 ‘지나오다’를 콕 찍었고, 1위에 올랐다. “‘일소라’ 운영하면서 노래 영상을 10만 개는 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음악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돈은 많이 벌었나.

“순이익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다. 겨우 사무실 운영하는 수준이다.”

-실력 있는 가수를 다 영입하면 돈을 많이 벌 텐데.

“우리는 에이전시 역할을 하고 싶다. 가수가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닐로 이후 숀, 오반 등 유사한 현상이 많다.

“시대적 흐름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례들이 계속 나올 거라 본다. TV에 나오지 않는 가수가 1위를 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방송을 보고 음악을 찾아듣지 않는 것 같다. 예능프로그램에 가수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프로는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는 노래를 들려준다.”

-리메즈의 비전은 무엇인가.

“궁극적 목표는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등과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회사가 되는 것이다. 건강한 음악생태계 속에서.”

이시우 대표는 무명 가수들에게 개런티를 주고 무대를 만들어주는가 하면, SNS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영상제작법도 무료로 알려주고 있다. 그는 “기업이 돈도 중요하지만, 왜 이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다”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리메즈가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대중에게 자신의 노래를 알릴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가수들 많다. 이들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가져야하지 않나. 소셜미디어는 열린 공간이다. 대중에게 검증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가수라면 바로 지원한다. 그래서 성과가 있으면 리메즈도 언젠간 수익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이시우 대표.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이시우 대표는?

▲ 1990년 6월18일생
▲ 인천대 경영학과 중퇴
▲ 2013년 사운드메딕 설립, ‘실력 있는 아마추어 뮤지션과 숨겨진 좋은 음악을 알리자’는 취지로 사업 시작, 페이스북 페이지 ‘일반인들의 소름돋는 라이브’ 개설
▲ 이후 온라인 플랫폼 딩고에 양도
▲ 2016년 4월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설립
▲ 반하나, 장덕철, 닐로, 포티, 이준호 등 소속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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