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꾼’으로 돌아온 현빈, 그 새로움에 끌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6시 57분


연기자 현빈은 잠시도 쉬지 않고 작품에서 자신을 채워 나간다. 지칠 법도 하지만 새롭고 신선함을 찾는 것에 만족하며 오늘도 내달린다. 사진제공|쇼박스
연기자 현빈은 잠시도 쉬지 않고 작품에서 자신을 채워 나간다. 지칠 법도 하지만 새롭고 신선함을 찾는 것에 만족하며 오늘도 내달린다. 사진제공|쇼박스
연기는 늘 힘들죠…한때 메시지·여운에 집착
관두고 싶을 때도…그래도 잘 버텨온 것 같아
내 이야기? 관객들 호기심 떨어질까봐 안 해


연기자 현빈(35)의 영화 필모그래피만 들여다보면 한동안 그는 “메시지와 여운이 남는 작품”에만 힘을 기울인 듯 보인다. 2010년 ‘만추’, 2011년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2014년 ‘역린’ 등이 그렇다. 대신 안방극장 안에서 그는 무언가 아픔을 지닌 채 이를 숨기기 위해 거만해지지만 또 그만큼 달콤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좀 더 가벼운 행보로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또 다른 무대에서는 그만한 무게를 채워갔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무게를 좀 더 비워내는 듯 보인다. 올해 초 ‘공조’의 흥행 이후 22일 개봉하는 ‘꾼’과 현재 촬영 중인 영화 ‘창궐’, 그리고 작업을 이어갈 ‘협상’ 등 최근 1∼2년 사이 그의 행보는 분명 상업적이다. 안방극장의 로맨틱 코미디 혹은 로맨스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그는 대중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큰 걸음을 내딛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메시지와 여운”에 무게를 실었던 때도 20대 때였다. 어쩌면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넓은 시선을 갖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보면 쉴 틈 없는 행보다. 잠시도 쉬지 않고 잇따라 카메라 앞에 나서는 사이 지칠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새로움에 더 만족하고 있었다. “지금이 괜찮은 것 같다”며 끊임없이 내달리고 있는 자신의 걸음걸이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걸음걸이는 힘차지만 마음은 가볍게. 하지만 여기서 ‘가벼움’은 그가 스스로를 허투루 소비한다는 건 아니다. “이전에 하지 않은 이야기로 또 다른 걸 보여주는 것 그리고 내가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인지가 가장 중요했고, 그래서 그걸 택한 것뿐이다. 그렇게 새로움은 늘 그를 찾아와 주었다.

이번에는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 등 각 인물들이 뚜렷한 캐릭터를 갖는 ‘멀티 캐스팅’ 영화 ‘꾼’(감독 장창원·제작 영화사 두둥)이다. 희대의 사기꾼을 잡으려는 검사(유지태)와 손잡은 또 다른 사기꾼이 현빈의 몫이다. 팀을 이루는 지능적 플레이로 범죄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케이퍼무비’가 신선한 건 아니지만, 캐릭터 하나하나에 무게를 싣고 그들의 조합과 어우러짐에 한껏 기대는 신선함을, 현빈은 택했다.

연기자 현빈. 사진제공|쇼박스
연기자 현빈. 사진제공|쇼박스

하지만 실제 일상에서 현빈은 홀로 묵묵히 자신을 바라볼 때가 더 많다고 말한다.

“나를 잘 드러내는 편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의 말을 듣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주변에 선배들이 많아 그들의 도움을 받을 때도 있지만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건 그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무던한 성격을 고스란히 담아낸 말이다. 15년차 연기자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경력에서도 무던함은 작은 힘이 되어 주었나보다. “고교 시절 꿈을 정해서 그걸 직업으로 삼아 잘 가고 있다는 건 축복이다”고 전제한 그는 “연기는 늘 힘들다. 또 직업의 특성도 그렇다. 하지만 큰 무리 없이 잘 버텨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어려움도 없지 않아서 “꽤 오래 전에 이 직업을 버리고도 싶었”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때의 고민이 “그냥 그 나이 때(20대 초반)에 하는 것”이라며 자신만이 특별한 힘겨움으로 고생한 건 아니라는 투로 웃는다.

그러지 않아도 인터뷰를 위해 들어선 카페의 한쪽에서 무언가 열심히 들여다보는 찬찬함이 눈에 들어오긴 했다. “내일도 ‘창궐’을 촬영해야 한다. 또 ‘꾼’도 홍보해야 하고. 촬영하고 홍보하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그렇게라도 틈틈이 대본을 봐야 한다”며 웃는 얼굴에서 평상심이 읽혔다. 그런 찬찬한 성격이야말로 어쩌면 그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을 “잘 버텨온” 밑바탕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과 세상 다 아는 연애를 이어가면서도 그런 알려짐에 대한 불편함도 크게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굳이 나에 대해 많은 걸 알려야 할 이유는 없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단호함도, 그는 내보였다. 그는 “연기자에 대해 시청자나 관객이 많은 걸 알고 있을 때 오히려 호기심이 떨어질 것”이라며 온전히 작품으로 자신을 드러내 보이길 원하고 있었다.

연기자의 그런 생각을 존중하고 지켜주고자 노력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는 생각, 그래서 시청자와 관객이 이 연기자의 모습을 늘 새롭게 느끼도록 해줄 의무도 있다는 생각이 슬며시 파고들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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