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터널’ 제작자 장원석 대표 “불량식품은 만들고 싶지 않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26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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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에 제작자로 나서 22편의 영화를 제작해온 장원석 대표. 그는 “현장을 대하는 태도가 안일해졌음을 깨닫게 해준 영화”로 ‘허삼관’을 꼽았다. ‘터널’을 비롯해 ‘최종병기 활’ 등도 그런 긴장감이 만들어낸 흥행작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31살에 제작자로 나서 22편의 영화를 제작해온 장원석 대표. 그는 “현장을 대하는 태도가 안일해졌음을 깨닫게 해준 영화”로 ‘허삼관’을 꼽았다. ‘터널’을 비롯해 ‘최종병기 활’ 등도 그런 긴장감이 만들어낸 흥행작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제 방이 따로 없어서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영화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사무실로 들어서자 ‘터널’의 제작자 장원석(40) 대표는 회의실로 안내했다. “원래 사무실 문 앞에 제 자리를 만들어 거기 앉겠다 생각했다. 감독이나 작가들의 방이 더 필요하다”는 그는 “내가 방에 앉아 있으면 고루해질 것 같다”며 웃었다. 스스로 나태해지거나 진부한 사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다. 25일 현재 전국 790여개관에서 56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를 지키고 있는 ‘터널’도 어쩌면 장 대표의 그 같은 의지에서부터 출발했는지 모른다. 지금 충무로에서 가장 왕성한 제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힘도 거기에 있는 건 아닐까. 그는 인터뷰 내내 열띤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터널’의 최종 흥행 수치는 어떨까. 1000만 관객을 기대하지는 않았나.

“기대하지 않았다. 현재 700만명 정도 예상한다. 이번 여름엔 관객이 너무 많은 영화를 봤다. ‘터널’은 자칫 뭐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영화다. 관객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미 손익분기점(340만명)도 넘겼다.”

-지금까지 몇 편을 제작했나.

“‘의형제’ 이후 20여편이다. 온전히 홀로 제작(‘청춘그루브’, ‘내가 살인범이다’, ‘악의 연대기’ 등)한 작품, 프로듀서 자격으로 참여한 영화(‘비스티보이즈’, ‘허삼관’, ‘사냥’ 등)가 있다. ‘집으로 가는 길’, ‘최종병기 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끝까지 간다’ 등은 공동제작했다. 충무로 어린 시절, 남이 기획개발한 작품을 자신이 힘 있고 실력 있는 제작자라고 이를 빼앗거나 우습게 여기는 일부 선배들의 모습을 봤다. 너무 싫었다. 엄연히 기획한 분들의 몫은 반드시 챙겨줘야 한다.”

-제작 활동이 참 왕성하다. 흔치 않다.

“현재도 10여편 세팅 중이다. 작품마다 매달려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 있으면 만들고 싶어진다. 아니, 꼭 만들어야 한다.”

-재미의 기준은 뭔가.

“동시대 사람들의 보편적 가치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 재미를 찾아내는 훈련을 해왔다. 흥행 1위나 예매율 1위 작품을 주말에 꼭 극장에서 본다. 영화 일을 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보면서 관객의 반응에 집중한다. 2000년대 초반 연출부로 일할 때 관객 반응이 내 것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충무로를 떠나려 했다. 결국 관객과 눈높이를 맞추며 호흡해야 한다. 지금도 주변 사람들에게 시나리오를 읽혀 검증한다. 물론 그들도 영화인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흥행 ‘승률’도 좋은 편이다. 돈 좀 벌었겠다.

”벌긴 했다. 하지만 또 그만큼 나눠 갖는다. 스태프와, 가족과, 등등…. 지금 수중엔 없다. 하하! 사실 돈은 부수적이다. 흥행은 관객과 활발하게, 원활하게 무엇보다 즐겁게 소통하는 거다.“

영화제작자 장원석.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영화제작자 장원석.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힘겨웠던 작품도 있었겠다.

“모든 작품이 사실 힘들다. ‘청춘그루브’ 같은 경우엔 6억원의 저예산영화여서 책임질 일이 너무 많았다. 매 순간이 스트레스였다. ‘퍼펙트게임’은 야구영화가 정말 쉽지 않았음을 알게 해줬다. ‘허삼관’은 PD로서 참여했다. 하지만 현장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보다 많이 안이해졌음을 깨닫게 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영화였다.”

-그래도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도 있을 터이다.

“‘퍼펙트게임’은 순수한 열정이 모든 걸 녹인다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집으로 가는 길’로는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억울한 약자가 없으면 좋겠다. ‘터널’도 다른 영화처럼 소중한 영화다.”

-하정우 등 배우들과도 관계가 좋은 걸로 안다.

“대학 후배인 하정우를 비롯해 손현주, 정재영, 조진웅, 김성균, 마동석 그리고 전도연 등과 친구처럼 지낸다. 존경하는 동료이자 선후배들이다. 사람과 연을 맺으면 오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과 관련해서는 스스로 엄격해지려 한다. 시나리오를 건넬 때에도 매니저를 통한다. 그것이 바른 절차이고 정도이기 때문이다. 친분으로 작품 하면 망친다.”

-연출부 일도 했다 하니 감독을 꿈꿨나보다.

“1996년 ‘박봉곤가출사건’으로 처음 영화를 시작했다. 제작부원이었다. 정말 힘들었다. 다시는 제작부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입대해 특공대에서 복무했다. 할 만하더라.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2년 다닌 학교를 이미 자퇴한 뒤였다. 학교가 무료해지더라. 그리고 감독을 꿈꿨다. 하지만 기질적으로 나와는 맞지 않는 자리였다. 1~2년 뭔가를 꽁꽁 싸매고 있질 못한다. 싸돌아다니며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에 감독은 어울리지 않았다. 물론 준비도 안 됐고, 작품도 잘 풀리지 않았지만. 하하!”

감독을 포기하고 제작자가 된 그는 ‘의형제’로 청룡영화상, ‘끝까지 간다’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작품상을 각각 품에 안았다. “어릴 때부터 영화로 작품상을 받는 제작자가 너무 멋있더라”는 그의 꿈은 이미 이뤄진 듯하다. 이제 그는 중국시장을 꿈꾸고 있다. 이미 두 편의 중국영화 제작을 논의 중이다. “언제든 가고 싶다”는 할리우드 역시 꿈 안에 있다.

모두 제작자로서 영화를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은 아닐까.

“불량식품은 만들고 싶지 않다.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만들고 싶다. 감동과 재미, 풍부한 정서까지 담아서.”

● 장원석 대표

▲1976년생 ▲중앙대 영화과 중퇴▲1996년 ‘박봉곤가출사건’ 제작부로 충무로 입문 ▲2005년 ‘왕의 남자’ 제작실장 ▲2010년 제작사 다세포클럽 대표로나서 ‘의형제’, ‘평행이론’ 등 제작 ▲‘최종병기 활’(2011년) ‘내가 살인범이다’(2012년) ‘끝까지 간다’(2014년), ‘악의 연대기’(2015년), ‘터널’(2016년) 등 제작 ▲현재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및 다세포클럽, 키위컴퍼니 대표.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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