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diary] SWOT으로 보는 ‘양치기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1일 05시 45분


영화 ‘양치기들’. 사진제공|카파필름
영화 ‘양치기들’. 사진제공|카파필름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한 영화를 마주할 때가 있다. 완벽하지 않아 생기는 빈틈에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듯한 영화가 그렇다. 2일 개봉하는 ‘양치기들’(제작 카파필름·사진)이 택한 길이다. 영화는 한때 연극무대에서 주목받던 완주(박종환)가 주인공이다. 역할대행업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잇는 그에게 살인사건의 거짓 목격자가 돼 달라는 의뢰가 날아든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그는 경찰을 찾아가 거짓말로 진술을 하지만 사건은 뜻밖의 국면으로 접어든다. 궁지에 몰린 그는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직접 찾아 나선다.

● STRENGTH(강점)…예측불가 이야기, 숨은 비밀

‘양치기들’은 거짓말과 그 파국의 소용돌이를 그린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는 것이 삶의 이치이자 교훈이지만 영화는 그 거짓말의 굴레에서 스스로 빠져나가려는 주인공을 통해 희미하나마 희망의 빛을 놓지 않는다. 영화는 예상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그리지만 전혀 산만하지 않다. 장편영화 연출이 처음인 김진황 감독은 각본을 쓰고 연출과 편집까지 도맡은 ‘양치기들’을 통해 프로의 세계로 들어선 자신의 존재를 과감하게 알린다. 특히 영화에서 배우들을 활용한 실력은 기성감독 이상이다.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일이 감독과 제작진의 끊임없는 숙제라고 한다면 김진황 감독은 자신의 ‘보는 눈’을 데뷔작에서부터 증명해 보인다. 신인감독과 낯선 배우들의 합심한 에너지가 강렬하다.

● WEAKNESS(약점)…대중성 면에서는

극장을 자주 드나들면서 새로운 장르와 이야기를 찾아내 확인하려는 관객에게 ‘양치기들’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현실의 여러 문제를 적절히 풀어내는 동시에 ‘환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하지만 대중성을 따진다면 ‘글쎄’. 살인사건이 이야기를 이끄는 주요 매개로 쓰였지만 자극적인 ‘사건’보다 그를 둘러싸고 베일에 가려진 ‘사람’의 이면에 더 주목한다.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지만 파동은 적다. 관객의 감정을 요동치게 하기보다 잔잔하게 흔드는 편이다.

● OPPORTUNITY(기회)…화제작의 계보

‘양치기들’은 신인감독의 장편 데뷔작, 낯선 배우들의 발견, 사회성 짙은 메시지, 그들이 만든 남자들(혹은 인간)의 세계를 그린다는 사실에서 일찍이 ‘파수꾼’에서 시작돼 지난해 ‘소셜포비아’로 이어진 화제작의 계보를 잇는다. 적어도 ‘파수꾼’ 분위기의 영화에 만족했고 기억하는 관객에게 ‘양치기들’은 반가운 작품이다. 더불어 배우를 발견하는 맛도 상당하다. 주인공 완주 역의 박종환도 그렇지만 살인사건에 얽힌 두 남자를 나눠 맡은 송하준과 윤정일은 향후 1∼2년 사이 다양한 영화에서 자주 만날 것 같은 기대감마저 품게 한다.

● THREAT(위협)…‘딱히’ 없지만

‘양치기들’은 기존 상업영화와는 제작 과정부터 다르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제작한 저예산 영화다. 같은 시기 개봉하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등 상업영화와 포지션이 다르다는 의미. 제 갈 길이 확실한 영화라는 뜻이기도 하다. ‘다행히’ 영화의 배급은 극장 체인을 갖춘 CGV아트하우스가 맡았다. 적어도 개봉하자마자 교차상영하거나 상영관을 거의 배정받지 못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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