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지민 역사 무지 논란, 그럼 ‘채널AOA’ 제작진은 뭘했나?

“애들이야 가수하려고 공부 포기하고 그 동안 연습했겠지만 제작진은 공부를 잘 했을 것 아닌가. 초점이 어린애들 상대로 한 시청률에만 관심이 있으니까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설현 지민 논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 눈에 딱 들어온 문장이다. 방송에서 안중근 의사를 못 알아봐 순식간에 역사에 무지한 이들로 낙인찍힌 걸그룹 AOA 설현·지민을 향해 질타가 쏟아지는 와중에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제작진은 도대체 뭘 한 거야?”

이번 논란의 전개과정을 다시 설명하자면, 3일 방송된 ‘채널 AOA’이 발단이 됐다. 이날 방송에서 역사 퀴즈를 하던 AOA 설현과 지민은 위인들과 유명 인사들을 맞히던 도중 ‘안중근 의사’를 단번에 맞히지 못하고 도리어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말해 도마에 올랐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멤버들은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과 글을 올렸고 방송사 역시 13일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들의 사과에도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안중근 의사 정도의 위인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체로 알고 있다. 거기에 “긴또깡”이라고 답했으니 입에 오르고 내릴 만한 문제다. 생방송이라고 하지만 충분히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카메라 앞에 선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그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제작진은 이 방송이 논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고 있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에서 민감한 사안 중 하나인 ‘역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사람들인데 말이다. 온라인 생방송으로 먼저 방영되고 편집본이 나중에 TV로 방영됐기에 편집도 가능했다.

온스타일 측은 13일 “촉박한 상황에서 게임이 진행됐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우리나라의 중요한 역사와 관련된 부분이라 제작진이 더 신중하게 했었어야 하는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아무리 촉박한 상황이었더도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을 여과없이 내보낸 제작진의 태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대해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동아닷컴에 “방송사와 매니지먼트 양쪽의 판단 실수라고 생각한다. 철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라며 “방송이라는 것은 사실 ‘재미’와 ‘민망함’의 경계선을 잘 지켜야 하는데 양쪽이 그것을 잘 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논란의 사태는 “미디어 환경의 악순환을 드러낸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와이스 쯔위의 ‘대만 국기’ 사태에 이어진 논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인스턴트 식으로 방송을 준비하는 제작진과 살인적인 스케줄을 만들고 준비도 없이 내보낸 매니지먼트가 아이돌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시청자들에겐 무익한 결과물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설현·지민의 역사 무지’ 논란은 당사자와 제작사의 사과로 조금씩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란 법은 없다. 시청률도 좋고 이미지 메이킹도 좋지만 이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아이돌 가수들에게 상식적인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또한 방송사와 매니지먼트 담당자들이 아이돌 가수의 방송 때 논란거리가 생기지 않도록 꾸준한 모니터링을 하는 등 관리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시청률을 노리고 일부러 문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