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팀 옹알스 “3년 넘게 대관 신청 퇴짜 맞았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9일 07시 05분


런던 에든버러페스티벌과 호주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규모의 축제에서 ‘K-코미디’의 우수성을 알린 옹알스가 개그맨 최초로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옹알스를 이끄는 최기섭-조준우-조수원-채경선.(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런던 에든버러페스티벌과 호주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규모의 축제에서 ‘K-코미디’의 우수성을 알린 옹알스가 개그맨 최초로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옹알스를 이끄는 최기섭-조준우-조수원-채경선.(맨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개그 공연팀 최초 예술의전당 무대 오르는 옹알스

떨어질 때마다 부족한 면 채워 재도전
양복? 우리 방식대로 내복입고 무대
다음 목표는 라스베이거스 정기공연


도전하는 이에게 기회는 온다.

진부한 명제이지만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꾸준히 도전한 덕에 남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기회를 잡은 이들이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6월2일부터 14일까지 공연을 펼치는 개그팀 옹알스(조준우·조수원·최기섭·채경선)다.

개그맨으로는 처음, 특히 넌버벌 퍼포먼스(무언극)가 중심인 개그 공연팀이 예술의전당에 서기는 최초의 일이다. 예술의전당은 모든 공연예술인들의 ‘꿈의 무대’. 십수년 동안 오직 그 무대에 오르길 원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이들도 많다. 그런 만큼 옹알스의 공연은 ‘역사적 무대’라 할 만하다.

“3년 넘게 대관 신청에서 탈락했다. 그때마다 다시 문의했다. 우리가 떨어진 이유를 물었고, 그 다음 신청에서 부족한 면을 채워 도전했다.”(조준우·37)

옹알스는 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해외 공연을 시작한 5∼6년 전부터 예술의전당을 목표로 삼았다. 주위 사람들은 웃었다.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4월, 옹알스는 호주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코미디 축제에 2년 연속 초청받았다. 500여명이 참여해 도시 곳곳에서 펼친 공연에서 첫 번째 ‘매진’은 옹알스가 기록했다. 20여일 간의 공연도 거의 모두 매진 행렬이었다.

“호주 공연이 한창일 때 예술의전당 대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드디어! 코미디언은 아무도 서지 못한 무대다.”(조수원·36)

공연의 주말 티켓은 이미 거의 팔렸다. 평일 공연 일부만 남아있을 만큼 인기다. 욕심을 털어내고 티켓 가격도 파격적으로 낮췄다. 저글링, 비트박스까지 더한 70분 분량의 유쾌한 코미디극은 그렇게 완성된다.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관심의 시선은 갈수록 높아지고, 런던 에든버러페스티벌부터 멜버른까지 세계무대를 누비는 옹알스이지만 ‘냉정’하게 보일 정도로 이들은 ‘초심’을 지키려 한다. 이번 공연 역시 외부 스태프의 도움은 모두 거절했다. 연출과 무대, 음향, 심지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직접 맡았다. 손이 부족하면 아내와 부모, 형제를 동원할 참이다.

“세계인이 좋아하고, 그렇게 인정받은 공연 내용 그대로 무대에 선다. 가장 옹알스다운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예술의전당이라고 괜히 양복입지 않을 거다. 우리 식대로 내복입고 오른다. 하하!”(채경선·35)

KBS 2TV ‘개그콘서트’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처럼 TV를 틀면 어렵지 않게 개그 무대를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굳이 돈 내고 이들의 공연을 봐야 하느냐고 묻고 싶은 이들도 있을 터다. 단언컨대 옹알스의 공연을 본다면 웃는 것보다, 웃지 않기가 더 어렵다.

기존 4인조에서 최근 마술 실력을 갖춘 또 다른 멤버들을 기용해 8인조로 재편한 이들은 어디를 가든 영문으로 ‘코리아 코미디’라고 적은 티셔츠를 입는다. 각자 세 벌씩 맞춘 탓에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질 때면 “매일 빨아 입는 것도 일”이다.

“해외에서는 무단횡단도 하지 않는다. 평소에도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 코리아 코미디에 태극기가 달린 티셔츠를 입고 다녀 더 조심하고 신중히 행동한다.”(최기섭·36)

옹알스의 다음 목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전용관을 만들어 정기공연을 벌이는 일이다. 아직 한국 개그맨 누구도 하지 못한 도전이다. 예술의전당 공연도 무모하게 여겨졌지만 결국 이뤄냈다. 라스베이거스 진출도 마냥 꿈은 아닐 듯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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