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거침없는 흥행, 레미제라블과 많이 닮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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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관객 600만명 돌파

송강호가 연기하는 ‘변호인’의 주인공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현 시국 상황에 불만을 가진 관객들이 몰려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 제공
송강호가 연기하는 ‘변호인’의 주인공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현 시국 상황에 불만을 가진 관객들이 몰려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 제공
영화 ‘변호인’ 관객 수가 1일 600만 명을 넘었다. 개봉 14일 만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1280만 명)이 든 ‘7번방의 선물’이 개봉 19일 만에 600만 명을 넘은 것보다도 빠른 기록이다. 이런 기세라면 1000만 관객을 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이달 말 설 연휴를 겨냥한 한국 영화들이 개봉하기 전까지 흥행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의 흥행은 여러모로 지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레미제라블’과 닮았다. 우선 개봉 날짜가 같다. ‘레미제라블’은 ‘변호인’보다 정확히 1년 전이자 대선 당일인 2012년 12월 19일 개봉했다. 3시간짜리 뮤지컬 영화임에도 590만 관객이라는 이례적 흥행 기록을 세웠다. 당시 전문가들은 “18대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프랑스 혁명과 인간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레미제라블’을 힐링 영화로 생각했다”며 흥행 이유를 분석했다.

대선 1년이 되는 날 개봉한 ‘변호인’의 흥행도 시국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실망한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며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1년 전 ‘레미제라블’ 때처럼 사람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에서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변호인’과 ‘레미제라블’은 주 관객층도 비슷하다.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이 두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레미제라블’은 40대 이상 관객층이 39%를 차지했다. 2012년 전체 영화 관객 중 40대 이상 비율(30.8%)보다 10%P 가까이 높다.

‘변호인’도 중장년층 관객 비중이 크다. 영화 홍보사 퍼스트룩에 따르면 ‘변호인’의 시사회에 관람을 신청한 관객은 40, 50대가 30%에 달했다. 시사회에 중장년층이 몰리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윤정 퍼스트룩 대표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관람하는 가족단위 관람이 많다. 부모들이 현대사를 담은 ‘변호인’을 역사교육의 장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레미제라블’에 이어 ‘변호인’까지 영화 관람에 사회 이슈가 영향을 주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 욕구의 문화적 해결’이라고 요약한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은 야당이 집권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삶이 어려워질수록 힘없는 이들의 대변자로서 ‘노무현’이라는 상징은 어떻게든 다시 살아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정치사회적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형호 맥스무비 영화연구소 실장은 “‘변호인’에는 남성보다 여성 관객이 많다. 이는 관객 500만 명이 넘은 영화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영화적 재미가 흥행의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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