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돌아갈래!” 日 진출했던 아이돌들 逆컴백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한해협을 다시 건너 최근 대대적인 ‘유턴 작전’에 나선 남성 아이돌 그룹들. 위쪽부터 슈아이, 에이젝스, 마이네임. 예전미디어·DSP미디어·에이치투미디어 제공
대한해협을 다시 건너 최근 대대적인 ‘유턴 작전’에 나선 남성 아이돌 그룹들. 위쪽부터 슈아이, 에이젝스, 마이네임. 예전미디어·DSP미디어·에이치투미디어 제공
5인조 남성그룹 슈아이(인석, 창현, 형준, 민호, 진석)는 최근 서울로 돌아왔다.

사람들의 질문에 “아노(あの·저)…”부터 나온다는 이들, 한국 아이돌이 맞다. 2009년 9월 한국에서 데뷔한 슈아이를 기억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격전장에서 입지 다지기에 실패한 이들은 2010년 5월 대한해협을 건넜다. 일본어라곤 한마디도 할 줄 몰랐지만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 1년 계약을 하자”는 일본 최대 음반사 에이벡스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생고생은 시작됐다. 안 되는 일본어로 TV 아침 프로그램에 나가 자리를 지켜야 했지만 일본 활동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도쿄의 작은 합숙소에서 멤버들끼리 동고동락하며 현지 무대에 100회 이상 서는 동안 팬이 늘었다. 2011년 12월 오리콘 싱글 차트 10위에 올랐다. 귀여운 외모로 ‘치와와 그룹’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올해 3월까지 발표한 다섯 장의 싱글과 앨범이 모두 10위 안에 진입했다. 일본 생활 3년 만에 일본어도 일본 사람처럼 하게 됐다.

그런 이들이 귀국한 이유는 뭘까. 권토중래, 그 이상이다. 슈아이의 소속사 예전미디어의 조성훈 실장은 “일본 팬들은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가수의 한국 내 입지를 중시한다. 마치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영국, 미국의 뮤지션을 국내 음악 팬이 저평가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슈아이는 이번엔 거꾸로 한국 활동에 사활을 걸었다. 서울에 합숙소를 얻고 직접 운전해 이동하며 또 한 번 ‘생계형 아이돌’로 돌아갔다. 10일, 무려 4년 만에 한국 신곡 ‘기죽지 마’를 발표한 이들은 ‘치와와 그룹’ 이미지를 버리고 강렬한 힙합 리듬을 내세웠다. 뒤늦게 한국 아이돌 그룹과 다시 경쟁하기 위해서다.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 아이돌의 ‘유턴’이 최근 줄을 잇는다. 지난해 데뷔한 7인조 남성그룹 에이젝스(형곤, 재형, 효준, 윤영, 성민, 승엽, 승진)는 일본에서 ‘카라의 남동생들’로 불린다. 카라와 같은 기획사에 소속됐다는 점이 일본인의 관심을 더 끌었다. 한국에서의 인기는 아직 일본 수준에 못 미친다. 11일 발표하는 신곡 ‘미쳐가’로 한국 시장에 재도전한다.

2011년 데뷔한 5인조 남성그룹 마이네임(세용, 인수, 준Q, 채진, 건우)은 그나마 한일 양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편이지만, 이번에 역시 한국 활동에 무게를 싣기로 했다. 4일 발표한 신곡 ‘베이비, 아임 소리’의 뮤직비디오에 제작비 5억 원을 투입했다. 소속사 에이치투미디어의 최선진 팀장은 “오리콘 차트 10위 안에 꾸준히 올랐지만 부족하다. 연말까지 한국 활동에 다걸기(올인)할 계획이다”면서 “요즘 아이돌의 해외 인기는 한국에서의 인기와 실시간으로 동기화된다”고 했다. 해외 팬덤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본토 콘텐츠’를 충성도 높게 소비하는 골수 팬으로 재편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6인조 남성그룹 초신성(광수, 성모, 윤학, 성제, 건일, 지혁)은 가장 두드러진 예다. 2007년 국내에서 데뷔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2009년 일본에 진출한 이들은 국내 대중에겐 생소하지만 일본에선 대규모 순회공연을 모두 매진시킬 정도로 정상급에 근접해 있다. 이들 역시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으로의 성공적인 복귀를 위해 고심해왔다. 코드브이, 터치, 100퍼센트, 뉴이스트, 어택 등 일본시장에 다걸기했던 아이돌 그룹들도 국내 복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에이젝스의 소속사 DSP미디어의 차희진 홍보담당은 “일본 팬들이 한류 초기에는 일본어를 잘하고 일본 아이돌처럼 활동하는 이들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한국의 아이돌 그 자체로 소비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에서의 입지가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다”라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아이돌#한류열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