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인 “지금도 난, 첫사랑 전화번호까지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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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2일 07시 00분


‘건축학 개론’으로 8년 만에 극장 관객을 만나는 한가인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막 끝내고 영화 홍보를 시작해 공허함과 허무함을 느낄 겨를이 없어 다행이라고 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건축학 개론’으로 8년 만에 극장 관객을 만나는 한가인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막 끝내고 영화 홍보를 시작해 공허함과 허무함을 느낄 겨를이 없어 다행이라고 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첫사랑의 여인, 영화 ‘건축학개론’ 한가인

“뻔뻔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지금, 한가인은 “이제 나를 향한 어떤 시선도 받아들일 수 있는 뻔뻔함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신적으로 많은 걸, 특히 여유를 갖게 해줬다”며 더욱 성숙해진 자신에 대해 그는 내심 흐뭇해했다. 한가인은 그 여유로움과 흐뭇함을 뒤로 하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제작 명필름)으로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8년 만에 극장 관객을 만난다. 영화는 푸릇한 대학 1학년 시절 서로에게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처음으로 다가간 첫사랑의 두 남녀가 15년 만에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더듬어간다.

- ‘건축학개론’을 몇 번 봤나.

“시사회에서 두 번 봤다. 뭔가 아련한 느낌? 먹먹하기도 하고. 영화가 끝난 뒤 자리에서 선뜻 일어서지 못 했다. 물론 학창시절 첫사랑도 생각났고.”

- 첫사랑이 대학(경희대) 1학년 때라고 했나?

“맞다.”

- 첫사랑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내 편이었던, 내 편이라고 믿고 싶었던 사람. 좋은 기억들만 남았다. 10년이 지났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 사람의 전화번호까지.”

- 남편(연정훈)이 오해할까 겁난다.

“하하! 남편도 다 안다. 난 남편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처음 알려줄 때 장면까지 지금도 기억하는데…?”

- 그 뒤로 첫사랑과 스친 적이 없나.

“없다. 세월이 지나 첫사랑을 만나면 대개 서로 실망한다고 하던데. 그래도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 ‘건축학개론’에서 여자는 왜 첫사랑의 남자를 다시 찾았을까.

“남자는 성공하고 사회적으로 잘 되면 첫사랑을 찾고, 여자는 아플 때 첫사랑을 찾는다고 하더라. 영화 속에서 여자는 이혼한 뒤 삶의 힘겨움 속에서 첫사랑을 찾아간다. 삶의 목적과 목표를 잃은 상황에서 첫사랑으로부터 뭔가 위안받고 싶었던 게 아닐까.”

- 위안이라면 주변의 많은 이들도 있을 텐데, 왜 하필 첫사랑일까.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한때 죽이 가장 잘 맞는 친구였을 거다. 사랑의 깊이만큼 그 우정도 깊었을 테고. 그만큼 또 나를 잘 아는 사람이니까.”

-첫사랑은 늘 고백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 가슴 속 사랑의 깊이를 대체 왜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까. 더욱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은 1990년대 중반의 당당한 신세대 청춘들 아닌가.

“나도 마찬가지다. ‘사귈래?’라는 말 한 번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나 역시 상대에게 그런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남편도 마찬가지여서 에두르고 에둘러 내게 다가오더라. 고백은 정말 사람 나름인 것 같다.”

● “‘해품달’ 마지막 촬영 후 양미경 선배 끌어안고 울어”

- 마치 첫사랑을 찾아가는 것처럼 당신의 작품 활동도 활발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럴 때 가장 답답했던 사람이 바로 나다. 지난 몇 년 동안 외부적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 상처도 많았다. 인생의 공부 시기였다고 할까? 평범한 나라면 돌파했을지도 모르지만 남들의 시선을 받는 만큼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아깝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새로운 무언가를 배웠다. 그렇다면 아주 버려진 시간은 아니었다 싶다.”

- 그럴 때 남편이 당연히 큰 힘이 됐을 것 같다.

“물론이다. 남편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다. 남편은 ‘내가 만나본 여배우 중에서 너가 가장 밝은 사람’이라고 말해줬다. 또 사람으로 인해 힘겨워할 때 ‘그런 사람 때문에 소중하고 행복한 하루를 망치지 말라’며 격려해줬다.”

- ‘한가인’이 아니라 ‘김현주’(본명)으로서 가진 현재 최대 관심사는 뭔가.

“나다. 스무살 언저리에 해야 할 고민인가? 하하! 나로부터 시작되는 고민들이다. 가장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것,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들 말이다.”

- 결혼을 비교적 이른 나이에 해서 그런가? 왜 그 나이에 결혼을 결심했나.

“정신적인 안정을 갖고 싶었다. 시댁 식구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함께 했는데 정말 화목한 가정의 표본처럼 보였다. 저 가족의 일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시어머니는 정말 ‘해피 바이러스’를 갖고 계신다. 하하!”

- 영화 인터뷰지만 얼마전 끝난 ‘해를 품은 달’을 빼놓을 수 없다. 무엇을 얻었나.

“마지막 촬영 뒤 어머니 역의 양미경 선배와 껴안고 울었다. 극중 얼마나 그리워한 존재인가. 그런 감정과 촬영을 마친, 실감나지 않는 또 다른 감정이 뒤엉켜 울고 말았다. 드라마를 막 끝내고 ‘건축학개론’ 홍보에 나서 공허함과 허무함을 느낄 겨를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또 많은 분들이 날 연우로 기억하시지만 이젠 ‘건축학개론’의 서연이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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