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 A 개국 특집/Entertainment]이봉주 등 7인의 스타 “왕기춘, 한판 붙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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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국가대표 일요일 저녁 6시 40분

씨름 이만기, 야구 양준혁, 마라톤 이봉주, 레슬링 심권호, 농구 우지원, 배구 김세진, 쇼트트랙 김동성(왼쪽부터). 7명의 전직 국가대표들은 ‘불멸의 국가대표’를 통해 현직 국가대표 선수들과 대결을 벌인다.
씨름 이만기, 야구 양준혁, 마라톤 이봉주, 레슬링 심권호, 농구 우지원, 배구 김세진, 쇼트트랙 김동성(왼쪽부터). 7명의 전직 국가대표들은 ‘불멸의 국가대표’를 통해 현직 국가대표 선수들과 대결을 벌인다.
푸하하! 강호에 바람이 분다. 강호는 늘 불온하다. 잠시 한눈을 팔면 누가 등에 비수를 꽂을지 모른다. 쉿! 말조심. 쉿! 등 조심. 쉿! 낙엽 조심…. 낙엽은 갑자기 왜? 그건 낙엽이 직각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다. 싸움의 천재들이 수두룩하다. 이제 갓 검을 잡은 풋내기부터 수십 년 내공을 쌓은, 눈빛 형형한 고수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요즘 강호의 무림지존은 왕기춘(23·포항시청)이다. 남자유도 73kg급 대한민국 국가대표. 2008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 2009 세계선수권 금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 은메달리스트. 2012년 런던 올림픽 티켓도 거의 손에 쥐었다. 도무지 빈틈이 없다. 15일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여섯 번 모두 한판승(지도승, 기권승 포함)으로 우승해버렸다. 기술도 전매특허인 업어치기는 말할 것 없고 곁누르기, 허벅다리 걸기 등 현란했다.

이런 왕기춘에게 돌연 7명의 강호 장문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천하장사 소림사 이만기 대사(48)가 쩌렁쩌렁 목청을 높이며 앞장섰고, ‘야구의 신’ 무당파 양준혁 장문(42)과 국민 마라토너 화산파 이봉주 장문(41)이 그 뒤를 따랐다. ‘작은 거인’ 점창파 심권호 장문(39), ‘농구 코트의 황태자’ 공동파 우지원 장문(38), ‘배구 코트의 귀공자’ 청성파 김세진 장문(37), ‘쇼트트랙 날 내밀기’의 곤륜파 김동성 장문(31)도 가세했다. 무대는 다음 달 4일 첫 방송 되는 채널A 예능프로그램 ‘불멸의 국가대표’.

여기에 ‘불세출의 무림지존’ 하형주 선사(49)가 기꺼이 지도를 맡겠다고 나섰다. 하 선사가 누구인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남자유도 95kg급에서 우승한 전설의 지존! 하 선사는 “그동안 아무에게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유도비법을 이들 7명에게 일주일 동안 특별전수한 뒤, 이 중에서 3명을 뽑아 지존 왕기춘과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유도 기술은 지존보다 못하겠지만 대신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빛나는 한 수’가 있다는 것. 그렇다. 강호에서 칼싸움 못한다고 무시하다간 큰코다친다. 어디 칼싸움만 무예인가? 암기(暗器) 날리는 데 도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독수(毒手)의 손맛은 어떠한가. 하다못해 도망가는 데 선수인 축지법 보행법 대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1차 선발전엔 누가 살아남을까? 이만기 대사는 볼 것도 없다. 씨름은 유도와 사촌이다. 만기 대사는 이번 맞대결에서 비장의 카드가 될 것이다. 문제는 나머지 2명이다. 유도는 중심 운동이다. 중심이 무너지면 끝난다. 이봉주(168cm, 65kg), 우지원(191cm, 88kg) 김세진(197cm, 86kg) 장문은 중심이 높다. 바람 앞의 등불이다. 게다가 이봉주 우지원 장문은 전후방 직선운동이라 좌우로 한두 번 흔들리면 와르르 허물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세진 장문의 배구는 좌우 횡운동이다. 앞뒤로 끌려 다니면 한순간에 넉장거리 쳐진다.


결국 양준혁 심권호 김동성 장문이 남았다.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 기술로만 보면 심권호가 으뜸이다. 레슬링은 유도와 6촌쯤 된다. 양쪽 등짝이 바닥에 닿지 않아야 하는 것도 유도와 흡사하다. 잡기 싸움도 그렇다. 하지만 유도엔 파테르가 없다. 땅꼬마라고 불리는 몸집(160cm, 60kg)도 지존 왕기춘(172cm, 76kg)에 비해 한참 불리하다. 힘이 달린다.

이런 면에서 양준혁 장문(188cm, 110kg)이 유리하다. 땅볼이라도 전력 질주하는 뚝심과 끈질김도 있다. 김동성 장문은 서른하나라는 젊음에서 앞선다. 빙판 위에서의 중심 잡기에도 일가견이 있다. 무게중심도 낮은 편이다. 문제는 몸싸움 경험이 없다는 것.

보나마나 최후의 싸움은 만기 대사(182cm, 100kg)와 지존의 한판승부가 될 것이다. 만기대사는 지금도 펄펄 난다. 배드민턴도 웬만한 고수는 저리 가라다. 최근 강호동과의 씨름에서도 2-1로 이겼다. 천하장사 10회, 백두장사 19회, 한라장사 7회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체격도 지존보다 유리하다. 종아리에 커다란 하트 모양의 근육은 요즘도 현역 선수 못지않게 운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자, 그럼 누가 유리할까. 기술은 씨름이나 유도나 비슷한 게 많다. 둘 다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 둘 다 강철 허리를 자랑한다. 만기 대사는 노련하지만 나이는 어쩔 수 없다. 내일모레면 지천명 쉰이다. 시간이 오래갈수록 불리하다. 또한 잡기 싸움에서 절대 불리하다. 유도엔 샅바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알아서 유리하게 상대 유도복을 잡아야 한다.

거꾸로 지존 왕기춘은 만기 대사의 한쪽 팔 유도복을 잡아도 한순간에 업어치기를 할 수 있다. 씨름은 맨살과 맨살이 닿는다. 땀이 미끄덩거린다. 상대 컨디션을 금세 알아챈다. 어떻게 보면 유도는 도복잡기 싸움에서 끝난다. 아무리 천하장사라도 순순히 도복을 잡히면 벌러덩 넘어가게 돼 있다. 어떻게 하면 도복을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인가.

일본의 미야모토 무사시(1584∼1645)는 싸움의 천재이다. 그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그는 스승도 없고, 유파도 없고, 오로지 강호에서 온몸으로 ‘싸움의 기술’을 터득했다. 미야모토는 말한다.

“난 상대가 공격하기를 기다렸다가 공격하려는 순간에 먼저 공격한다. 이것이 바로 ‘선(先)의 선(先)’ 즉 ‘앞지르고 또 앞지르는’ 것이다. 공격하려는 순간에는 누구든 상대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일순 자세가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난 바로 이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제비가 방향을 바꿀 때 어떤 자세로 어떻게 날아가는지 정확히 파악하면, 아무리 빨리 나는 제비라 할지라도 충분히 벨 수 있다는 것이다. 응시와 관찰, 즉 상대 파악이 먼저다. 만기 대사는 대결에 앞서 이를 유념해야 할 것이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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