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별로다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올 개봉 ‘만추’ ‘통증’ ‘푸른소금’ 흥행 실패
2005년 이후 ‘사랑이야기’ 하락세 뚜렷
전문가들 “작품 완성도 미흡이 가장 큰 원인”

‘만추’ ‘통증’ ‘푸른 소금’ (윗줄 왼쪽부터) 등 올해 개봉한 멜로영화는 흥행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20일 개봉한 ‘오직 그대만’(아래쪽 큰 사진)이 이런 흐름을 깰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만추’ ‘통증’ ‘푸른 소금’ (윗줄 왼쪽부터) 등 올해 개봉한 멜로영화는 흥행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20일 개봉한 ‘오직 그대만’(아래쪽 큰 사진)이 이런 흐름을 깰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세상에 눈물이 마른 걸까.

한국 멜로영화가 부진하다. 올해 개봉한 멜로물의 성적표만 봐도 그렇다. 개봉 당시 인기 절정에 있었던 현빈과 탕웨이(湯唯) 주연의 ‘만추’는 관객 84만 명에 그쳤다. 곽경택 연출 권상우 주연의 ‘통증’은 70만 명, 송강호와 신세경이 호흡을 맞춘 ‘푸른소금’도 84만 명이었다.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소지섭 한효주 주연의 ‘오직 그대만’(20일 개봉)은 24일 오후 현재 37만 명을 불러 모았다.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 “쿨해진 관객, 볼거리가 늘었기 때문”

멜로는 1990년 후반만 해도 전성기를 누렸다. 1997년엔 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편지’와 한석규 전도연의 ‘접속’이 그해 한국영화 흥행순위 1, 2위를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약속’이 한국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했으며 한석규 심은하의 ‘8월의 크리스마스’(3위), 이미숙 이정재의 ‘정사’(7위)까지 멜로 3편이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2000년대 중반까지 ‘봄날은 간다’(2001년), ‘연애소설’(2002년), ‘클래식’(2003년), ‘너는 내 운명’(2005년)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멜로의 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멜로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2005년 전체 관객 중 멜로물을 관람한 비율은 17.3%였으나 2007년(9.2%)부터는 한 자릿수로 떨어져 지난해엔 5.6%에 그쳤다. 이 시기에는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년), ‘사랑’(2007년), ‘아내가 결혼했다’(2008년), ‘내 사랑 내 곁에’(2009년) 등의 멜로영화가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멜로가 부진한 이유를 주관객인 여성의 취향 변화에서 찾는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진 여성들이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에 더는 끌리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3차원(3D), 액션물 등 다른 장르의 수준이 높아져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도 멜로의 관객이 줄어든 이유로 꼽힌다. 김미현 영진위 정책연구팀장은 “올해 ‘최종병기 활’ ‘퀵’ ‘고지전’ 등 한국판 블록버스터들의 완성도가 할리우드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멜로는 상대적으로 평면적인 느낌이 강해 외면 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05년 전무했던 국내 3D 스크린은 2006년 33곳, 2009년 129곳, 지난해에는 506곳으로 늘었다. 전체 스크린의 25%가 넘는다.

○ “관객 취향 못 따라잡았기 때문”

멜로영화가 변화한 관객들의 취향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영화의 주요 관객층인 20대들은 ‘쿨한’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파적인 정서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데 멜로영화는 복합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요의 경우 절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발라드가 인기를 끄는 것도 신파의 정서를 쿨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화홍보사 데이브컴퍼니의 강연화 부장은 “관객 선호 장르가 흥행을 이끌기보다 영화의 흥행에 따라 관객의 선호 장르가 변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12월 ‘과속스캔들’의 흥행 성공으로 2009년 1월 관객의 코미디 선호율은 전달에 비해 4%포인트 상승했다. 2009년 5월 또 다른 코미디 흥행작인 ‘7급 공무원’ 개봉 이후 선호율은 1%포인트 더 높아졌다. 좋은 멜로영화가 나오면 멜로영화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재형 동국대 영상영화학과 교수도 “(흥행은) 장르의 문제라기보다 영화의 완성도 문제”라며 “경제위기 등으로 요즘처럼 관객이 정서적 여유가 없는 때에는 ‘만추’ 같은 우아한 멜로보다 펑펑 울게 만드는 신파의 멜로가 관객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