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승마 궁술 만주어…하루 12시간씩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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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4일 07시 00분


영화 ‘최종병기 활’로 사극에 처음 도전한 박해일. ‘신궁’으로 분한 그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을 펼치며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임진환 기자 (트위터@binyfafa) photolim@donga.com
영화 ‘최종병기 활’로 사극에 처음 도전한 박해일. ‘신궁’으로 분한 그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을 펼치며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임진환 기자 (트위터@binyfafa) photolim@donga.com
■ 영화 ‘최종병기 활’ 박해일, 연기의 즐거움에 빠지다

‘변신의 욕망’은 나의 힘!
사관생도처럼 문무 익히고
데뷔 이후 첫 사극에 도전
카메라 앞서 좀 놀았죠


“미니 버리 반지부랑어 와랑가 아쿠!”

‘내 활은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는 뜻의 만주어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해일에게 만주어 한 마디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그는 영화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제작 다세포클럽) 속 대사를 소개했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만주어를 말하는 그를 보며 ‘배우들은 때로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작품 속이지만 자신이 아닌 늘 다르고 새로운 인물과, 자신의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을 산다는 점에서 그렇다. 연기를 위해서지만 대부분의 누군가는 쉽게 익히지 못할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물론 이를 실제 일상으로까지 연장시켜 꾸준하게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래도 아무나 하지 못할 경험이라면 그 또한 행복한 일 아니겠는가.

● 승마, 궁술에 만주어까지…“사관학교처럼 문무 제대로 익힌 셈”

박해일은 ‘최종병기 활’을 위해 이번엔 승마와 궁술 그리고 만주어를 경험했다. “마치 사관학교를 다니는 느낌처럼 문무(文武)를 제대로 익힌 셈이다.”

3∼4개월 동안 하루 최장 12시간을 바쳤다. 그가 주연한 ‘최종병기 활’ (11일 개봉)은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신궁으로 불리던 청년이 청나라에 끌려간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 당연히 궁술이 뛰어나야 할뿐 아니라 말을 타는 솜씨는 물론 시대적 배경 속 사실감을 더하는 언어 구사 능력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해일은 이런 경험에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사극 연기에 도전했다는 점까지 겹쳐지며 배우로서 만족감을 충분히 누린 듯하다.

“‘한 번쯤 사극 연기를 하겠지’라고 했는데 이번엔 (모든 게) 잘 맞은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배운 것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지점까지 가봤다.”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호흡을 맞춘 김한민 감독과 두 번째로 함께 한다는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점이 컸다. 호기심은 사극이라는 점과 함께 활 그 자체로부터 얻는 힘이기도 했다.

“모르면 무식하다고 했던가. 멋모르고 뛰어든 느낌이기는 했다. 하지만 활이라는 소품 혹은 도구가 다른 감정을 갖게 했다. 어쩌면 내가 활의 소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시위를 당겨 시공을 뚫어내듯 화살을 쏘는 느낌이 “사뭇 임팩트가 있고 눈빛도 달라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런 매력 속에서 “즐기고” 카메라 앞에서 “놀았다”.

박해일은 “활에 감정을 싣는 그 자체로서 배우가 가질 수 있는 또 다르고 새로운 경험 그 자체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성급히 ‘도전’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

“분명히 내 호기심이 발동한 건 분명하다”면서도 “미리 예단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예민함과 긴장감을 털어낸 것 또한 분명하다”고 말했다.

20대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며 그는 “탄력이 붙은 걸까? 지금은 걷기보다 달리고 있는 느낌이다”며 웃었다.

그가 달리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며 또 다시 나아가고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박해일은 “늘 다르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라고 말했다.

“촬영현장에서 모니터로 비치는 내 모습이 사뭇 달랐다. 수염이 있고 없고 그 차이가 큰 것이듯, 내가 그렇게 봤다면 나를 바라보는 관객도 그렇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배우들이 지닐 법한 부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배우여서 마냥 ‘좋겠다’는 생각은 조금씩 사라졌고 박해일은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도 역시 유보적인, 아니 조심스런 태도를 유지했다.

“정말 내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자신의 만족이 곧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는 없겠지만 그 만족으로 해서 관객에게 좀 더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배우를 바라보며 갖는 ‘좋겠다’는 부러움 아닌 부러움의 실체가 아닐까.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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