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최민식 “살 떨리는 이런 영화 다시는 안찍어”

  • Array
  • 입력 2010년 8월 16일 07시 00분


■ 5년 만에 상업영화 컴백…‘악마를 보았다’서 냉혹한 연쇄살인마 열연 최민식

5년의 공백기는 나를 정리정돈한 시간
잔혹성 논란? 관객의식이 건강한 증거
유영철 검거한 형사이야기가 많은 도움


프로페셔널 연주가가 악기를 연주하는 데에는 절대적 기량이 필요한 법. 그 기량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힘든 연습의 과정이 거듭되야 비로소 걸출한 그 무엇이 된다. 그리고 거기엔 나름의 ‘자기화’가 필수적이다. 배우 최민식은 이를 “가치관과 사고방식, 인생관”이라 말했다.

최민식은 자신의 그 가치관과 사고방식과 인생관으로 악기인 자신의 “몸과 인생”을 펼쳐보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그리고 “정년이 없는” 배우로서 악기가 내는 깊은 소리의 맛을 관객에게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를 만족시켜 준다.

12일 개봉한 영화 ‘악마를 보았다’(감독 김지운·제작 페퍼민트앤컴퍼니) 속 차갑고도 무심한 표정으로 살인의 더없이 잔혹함을 드러내보인 연쇄살인마로서 최민식이라는 “악기”가 들려주는 선율은 탁월하다.

관객은 극중 그가 약혼녀를 처참하게 빼앗긴 국가정보원 요원(이병헌)으로부터 살인의 죄과를 처절하게 치르는 동안 ‘최민식이라는 악기’의 울림에 치를 떨면서 그 기량과 능력에 혀를 내두르곤 한다.

영화에 담긴 ‘잔혹함’이라는 표현의 수위 혹은 방법에 관한 논란이 많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시비는 보이지 않는다. 최민식이 ‘친절한 금자씨’ 이후 5년 만에 본격 상업영화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반가운 까닭이다.

- 예전보다 살이 좀 빠진 것도 같다.

“내가 (외양에서)병헌이를 따라갈 수 있겠나. 비주얼도, 캐릭터도 대비가 되면서 탐욕스러운 느낌을 주어야 했다. 몸무게를 줄이지는 않았다.”

-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시간이 좀 길었다.

“작품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스크린을 잠시 떠나 있었을 뿐이다. 천성이 베짱이 스타일이라 그런가. 처음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아졌다. 여행도 다니고, 정리 정돈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 아픔이나 씁쓸함도 없지 않았지만,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이 있겠나.”

- 개인적인 아픔이라면.

“소통의 방식에 문제가 아니었을까. 내가 화를 너무 낸 것도 같고.”

- 영화 속 잔혹한 표현에 대해 논란이 많다.

“영화에 대한 평점이 10점 아니면 1점일 정도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자연스러운 거다. 일부에선 모방범죄를 우려하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사람들의 의식이)건강하다는 거다. 어떤 창작자가 사회에 폐해가 되는 창작 활동을 하겠나. 다만 대중과 친숙하지 않은 주제와 소재 때문인데, 조금 여유를 갖고 바라봤으면 좋겠다. 우리 곁에 공기처럼 숨쉬는 폭력의 존재에 대해 말하는 영화이다.”

- 논란은 예상했나.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나도 살 떨리면서 찍었다. (극중 시신이)아무리 모형이라도 질감이란 게 있다. 두 번 다시 이런 영화는 못 찍겠더라. 정서적으로 뭔가 쭉쭉 빠져나가는 느낌. 촬영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 피칠갑 분장을 지우지도 못한 채 초주검이 되어 뻗기도 했다. 한 차례 정도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좀 낙관적이다.”(웃음)

- 제한상영가 판정에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하하! 일정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문화상품을 취사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성인이라면 판단 능력이 있다. 난 고급예술과 포르노그라피가 공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 오해마라. ‘악마를 보았다’가 저질이라는 얘기는 아니다.(웃음) 그런 과정을 통해 폭력이 사회적 담론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연쇄살인마 캐릭터로서 스크린을 통해 드러내지 않은 이면은 무엇이었나.

“이번 캐릭터는 그저 살인과 폭력 그 자체, 폭력에 중독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어서 그 이면에 별도의 설정은 필요치 않았다.내 친구의 부인이 경찰관인데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검거한 형사를 소개받아 만났다. 그 분이 겪은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됐다.”

-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했으면 좋겠다. 이게 워낙 세놔서.”(웃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