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케이블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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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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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차져 보인다… 가슴이 상류층… 닥쳐주세요”


심의 잣대 지상파 비해 느슨
일반인-진행자 막말 예사
아이스크림 빨리 먹기 등
가혹행위-자극적 내용 많아

이경규 신동엽 김구라 등 인기 진행자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넘나들며 출연하고 있다. 이들은 심의가 엄격한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에서는 막말과 선정적인 표현을 쉽게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8월 이진강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저속한 말이나 선정적 방송을 중점적으로 심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케이블에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자극적인 내용이 여과 없이 방송되고 있다.

○ 낮시간대 재방송… 어린이에게 쉽게 노출

지난해 KBS2 ‘미녀들의 수다’는 한 여대생의 “키 작은 남자(180m 미만)는 루저”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고, 결국 방통심의위로부터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성을 외모로 평가하고 비하하는 것은 최근 케이블 방송의 웃음 코드가 됐다. tvN의 데이트 프로그램인 ‘러브스위치’는 지난달 24일 직업이 비보이인 한 일반인 남성을 두고 한 일반인 여성이 “춤추는 사람은 나이 들어서 남자 구실을 못한다”고 하자 다른 일반인 여성이 “허리도 두껍고 코도 딱 서서 남자 구실을 잘할 것 같다. 하지만 인중이 짧은 사람은 싫다”며 외모나 성적 능력을 평가했다. 이를 자제시켜야 할 진행자까지 막말에 동참했다. 신동엽은 이날 방송에서 망사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이 훤히 드러난 등을 보여주자 “굉장히 차져 보인다”고 말했고, 한 여성 출연자가 대화 도중 끼어들자 “닥쳐 주세요”라고 막아섰다. 신동엽은 다른 여성 출연자가 “나는 나쁜 남자가 좋다”고 하자 오른손으로 해당 여성을 때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진행자들이 노골적인 성적 농담이나 행동을 하기도 했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는 지난달 18일 가슴 사이즈가 H컵으로 큰 여성을 출연시킨 뒤 이경규는 “가슴이 상류층” “(여성 가슴이) 처지면 볼품이 없다”고 말했고, 김성주는 해당 여성의 브래지어를 머리에 모자처럼 쓰기도 했다. 해당 여성은 가슴이 파여 노출이 심한 원피스를 입고 나왔지만 김구라는 “방송 의욕이 떨어진다. 우리가 바라만 보니까, 참” “견물생심”이라고 했고, 이경규는 “말로만 하나, 개선을 해야 한다”며 가슴을 직접 보고 싶다는 얘기를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러브스위치’와 ‘화성인바이러스’는 15세 이상 시청가로 본방송은 밤 12시 10분에 하지만 재방송은 낮 시간대에도 이뤄져 어린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방통심의위는 케이블 방송에서는 오후 10시 이후 영화 등 프로그램에서 이야기 전개상 필요한 경우 여성의 가슴 노출을 허용하고 있지만 지상파에서는 시간에 관계없이 금지하고 있다. 김희철 방통심의위 유료방송심의팀장은 “케이블 방송의 경우 지상파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심의를 하고 있다. 이를 알고 있는 유명 진행자들이 케이블에서는 더욱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 “지상파 수준으로 심의 강화해야”

E!TV의 ‘신정환 PD의 예능제작국’은 지난달 25일 그룹 엠블랙에게 아이스크림을 빨리 먹는 게임을 시켰고,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많이 먹은 멤버 이준은 “머리가 아프다”며 바닥에 눕기도 했다. 신정환은 아이돌을 교육시킨다며 대본을 말아 게스트들의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리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는 “보기 불편했다”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먹기 거북한 음식을 벌칙으로 먹는 내용을 방영하는 MBC에브리원의 ‘복불복쇼2’는 지난달 26일 백보람이 다른 사람의 모유로 만든 치즈를 먹다가 “못 먹겠다”며 헛구역질을 하기도 했다. 같은 방송사의 ‘무한걸스2’는 지난달 28일 호신술 편을 방송하며 낯선 사람이 여성 출연자들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팔짱을 끼거나 쫓아가 출연자들이 놀라서 달아나는 모습을 방송했다.

방통심의위는 케이블 방송이 유료임을 감안해 지상파보다 다소 유연한 심의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가구의 80%가량(1500만 가구)이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고 있고 케이블의 시청률이 높아지는 만큼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밝은터청소년지원센터 지정순 미디어전문위원은 “케이블 방송에서 막말과 선정적인 내용이 지속되는 것은 방통심의위의 심의 기준이 느슨한 것이 중요한 이유”라며 “케이블도 지상파 수준으로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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