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칼럼/김마스타] 2010년 MP3가 아닌 CD플레이어를 꺼낼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8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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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음악을 대표했던 CD는 우리 주위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동안 음악을 대표했던 CD는 우리 주위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김마스타가 추천하는 인디 음반 3장

최근 몇 년간 음악들은 예전보다 쉽고 간편하게 전달되고 있다. '간편하지 않으면 음악이 아니라'고 누군가 선언이라도 한 듯 폭발적인 변화다.

이제 중고 LP나 턴테이블은 물론이고, 심지어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이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mp3는 아주 간편하고 그 용량면에서도 득이 많은 기계로 판명됐다.

도대체 손바닥만한 기계에 수 천곡을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들을 수 있다는 걸 불과 10년 전에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음반과 Mp3 사이에는 음악을 접하는, 혹은 접하고 나서의 감동을 느끼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 검색 뒤 500원(혹은 1000원)을 지불하면 1초 만에 신곡을 다운받을 수 있다. 그리곤 전체를 다 듣기도 전에 '휘릭~'하고 쓰레기통으로 보낼 수도 있다. CD가 아니기에, 턴테이블에 올리는 수고가 없었기에, 마우스질 한 번에 누군가의 의지와 노력으로 만들어졌던 한 예술 작품은 그다지도 손쉽게 사라질 수 있는 걸까? 이른바 패스트 음악의 시대인 셈이다.

음악을 소비하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그 소비방식의 균형이 중요해진 시대다.
음악을 소비하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그 소비방식의 균형이 중요해진 시대다.


▶누구나 mp3로 가볍게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

그러나 내 마음에 들거나 혹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남의 손으로 넘겨져 새로운 청취자를 접했던 CD와 LP판들의 운명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주인의 손을 떠난 순간 이 세상 어딘가를 떠돌지라도 새로운 주인을 만나 부활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1만 기천원의 돈을 주고 그보다 더 앞서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게 되는 음악가의 음악은 나름의 기대와 그 수고로움에서 나오는 값어치를 갖고 있는 셈이다.

30년 전 우리 머릿속에서 2010년은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캡슐을 먹으면 배가 부를 그런 시대였다. 세상은 발전하고 편리해졌지만 변함없이 우리를 둘러싼 문화와 예술은 존재한다.

예술장르 중에서도 음악은 보지도 만질 수도 없는 그런 것이다. 그런 소리를 듣고 우리의 뇌는 반응을 하고 어떤 느낌을 갖는다. 대단한 그 무언가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생산양식이 변화하고 소비 양식도 바뀌어 버렸다. 음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하루에도 방송사의 음악PD의 데스크에 올려지는 새로 만들어진 음악CD는 쓰레기통으로 떨어진 것 포함해서 수백 장이 넘는다(이 가운데는 실제 카피와 표절로 이뤄진 곡들도 적지 않다).

한 앨범에 10명씩만 관련자가 있다고 해도 절대 작지도 가볍지도 않은 예술품들이다. 그 속에서도 고르고 골라져 우리에게 전달되는 수많은 음악들 중에 자신의 모습과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그것을 소위 '히트곡'이라고 말한다.

올해 인디씬에서 주목할만한 뮤지션, 뉴욕물고기(왼쪽)과 하이미스터 메모리.
올해 인디씬에서 주목할만한 뮤지션, 뉴욕물고기(왼쪽)과 하이미스터 메모리.


▶ '뉴욕물고기' '하이미스터 메모리' '무중력 소년'의 신보


새해를 지나 봄을 준비하는 이 시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들어낸 다양한 음악들이 선을 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몇몇 음반을 추천해 드린다.

우선 일전에 이 칼럼에서 언급했던 뉴욕물고기의 두 번째 앨범이 1년의 준비를 거쳐 봄에 선보일 예정이다.

십수 년간의 유행과 흐름에 결코 휩쓸리지 않았던 그만의 음악이 뉴욕물고기 2집으로 국내 쟁쟁한 뮤지션들의 이름이 걸려서 나온다. 여전히 고급스럽고 사람들이 원하는 영혼의 위로를 담아낼 것이다. 타이틀인 'LOVE AGAIN'은 많은 사랑을 받을 것 같다.

하이미스터 메모리의 '장마'가 수록된 신보도 나온다. 이 뮤지션도 두 번째 앨범이다. 절판되어 시중에서 고가에 거래된다는 자신의 첫 앨범과는 또 다른 관점의 인생관이 묻어나올 것 같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라이브 앨범표지
봄여름가을겨울의 라이브 앨범표지
일반적으로 가수는 단 한곡의 히트로 인생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지나가다가 산 로또가 터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필자의 느낌으로는 이번에 그의 인생이 바뀔 것 같다.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행복하게 그의 술잔이 채워질 그런 느낌이라기보다는 그 자신의 인생이 행복해질 것 같은 예감이다.

사람들은 이제 달라질 그의 인생에서 보고 듣고 배우게 될 것이다. 한 길을 걷다보면 정류장만 나오는 게 아니라 결국은 도착점에 도달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사람이 또 한명 있다.

가끔 강원도 말을 재미나게 쓰는 무중력소년. 그는 드러머로 출발해서 이제는 싱어송라이터의 자리에 앉아 있다.

뉴욕물고기와 하이미스터 메모리가 위로와 추억을 주었다면 무중력소년의 음악은 어린 시절의 일기장 같은 면이 있다. 한 10대 소년의 성장기가 그대로 적혀진 삐뚤빼뚤한 글씨의 일기 말이다. 그의 드럼 소리를 남에게 빌려주어 다른 가수를 빛나게 했던 그의 '물감'이라는 노래.

'물감이라도 먹고 싶어, 붉은 색 물감을 삼켜서라도 내 마음 속 너를 지울 수 있다면…, 마음이 마음대로 된다면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오늘 오후 4시부로 너를 잊고 저녁엔 웃으며 술 한 잔 할 수 있을 텐데…'

이전에 유행했던 청춘드라마가 있다. 지금은 한류스타가 된 이병헌이 그 프로그램으로 데뷔를 했고 고소영도 함께 등장해 대학생들의 사랑과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낸 청춘 드라마 '내일은 사랑'. 무중력소년의 물감은 그 드라마에서 우리가 느꼈던 그 감성처럼 오늘날 젊은이들의 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새 음반이 기대 되는 ‘무중력 소년’
새 음반이 기대 되는 ‘무중력 소년’


▶ 플레이어가 아닌 자기 가슴에 노래를 내장하자

우리는 오늘날 다양한 희비극이 교차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큰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이 되어준 것은 스스로의 가슴에 기억된 자기만의 노래일 수밖에 없다.

왜 어린이들은 무서울 때나 깜깜한 길을 갈 때, 혹은 화장실에서 노래를 불렀을까. 소리에서 나오는 주파수의 힘이었을까, 아니면 그 속에 담긴 내용을 듣고 상상할 수 있어서였을까.

최근에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혹은 도로를 달리다가 사람들이 생각보다 라디오를 많이 듣는다는 것을 깨달기도 한다. 혼자 가는 길에 길동무로 삼을 수 있는 음악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어찌됐건 우리는 이제 처음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흥분과 긴장, 그리고 기승전결이 있는 추억의 동무가 필요하다. 1회용이 아니라 오래갈 수 있는 동반자가 필요한 것이다.

위의 세 앨범을 다가올 새 봄에 행복하게 만나길 기대해본다. 비 오는 날 동네어귀의 포장마차에서 혼자 오이를 씹으며 오랜만에 CD플레이어를 돌려보고 싶다.

김마스타 / 가수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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